스타트업 일기/첫 창업 이야기 12

어중이떠중이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지 않다

어중이 떠중이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번에 시장 조사를 하면서 왜 스타트업 중 1%만 살아남는 것인지 깨달았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받침되지 않으면 너무나도 무너지기 쉬운 곳이 스타트업 씬이다. 요즘 사람들이 오해 하는 게 창업=스타트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창업이 스타트업은 아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이 주는 멋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스몰 비즈니스 회사들 역시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닌다. 하지만 둘은 확실히 다르다. 뭐가 더 멋지고 좋고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회사가 돌아가는 근본 원리가 다르다. 스몰 비즈니스와 스타트업은 그 궤를 달리한다. 기존 시장에 진입해 경쟁자들과 싸우면서 선형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다. 스타트업의 정의는 다르다. 애초..

시상식!

우승이라니. 꿈만 같다. 아직 거쳐야 할 산은 험난하기만 하다. 제품 개발에 투자해야하는 시간만 한 세월이다. 데려와야 할 인재는 또 얼마나 많은지. 모든게 처음이고 새롭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창업을 준비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창업을 하는 것이라 했다. 똑같을 거다. 개발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개발을 하는 것이고, 사람을 데려오기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데려와보는 것이다. 모든 건 실행에 달렸다.

우승했다....!

E5 최종 우승했다. 세상에나. 당장 디펜스 준비에 논문 쓰느라 정신 없어서 실감이 잘 나지 않다가도 오늘 하루만 세 통 넘게 각기 다른 투자사에서 연락이 올 때면 아, 우승하긴 했구나 싶더라. 주변 사람들이 온종일 기뻐해준 덕분에 힘든 와중에도 에너지가 차오르지만 그와는 별개로 묵직함이 가슴 한 켠에 남는다. 사실 이 판에 뛰어든 모두가 알고 있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나 역시 정확히 알고 있다. 마침표가 아닌 출사표를 던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보란 듯이 던졌다. 이게 앞으로 날 어떤 길로 인도할 지 알 수 없지만, 오늘 BK가 해준 말을 가슴에 품자. “빠르게, 많이.” 지금은 살면서 손에 꼽을 기회가 찾아온 순간과도 같다. 이 때 노 저어야 한다. 빠르게. 많이.

드디어 끝났다

4개월 간 마음을 옥죄어오던 E5가 드디어 끝났다. 발표가 끝나면 오만 생각이 다 들 것만 같았지만 정작 든 건 “쉬고 싶다...”뿐이더라. 겨우 한숨 돌리고 술 한잔 하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지난 9개월 동안 팀원들과 함께 고생해온 나날들. 4번이나 바꾸던 아이템들.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시장을 조사하고 매일 불안에 떨며 지새던 밤들. 사이사이에 쓰다말다만 몇십 번을 반복했던 자소서와 기업 지원서들. 사실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거쳐가야 할 산은 또 얼마나 높을까. 건너야 할 강의 깊이는 또 얼마나 깊을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신이 있다면, 매일을 불태우며 살아갈 수 있다는 데 오는 희열감이랄까. 이거 하나로 그리들 회사를 세우고 큰 뜻을 품는 것 같다. 정말 좋은 날이다.

E5 최종 발표 전날

드디어 E5 최종 발표 전날이다. 우리 창업팀의 공식적인 첫발을 내딛게 해준, 그리고 우리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 알려준 정말 고마운 대회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길이 산더미지만, 매일 100프로를 살아내는 지금 이 행복한 순간을 잊지 말자. 10년 후에 100억을 벌 거니 뭐니 하지만 결국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모든 걸 쏟아내는 지금은 가장 힘들지만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후회없는 7분을 위해 지난 7개월을 바쳤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아자자!

불안해하고 있다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2주 가까이 잠도 제대로 못잔 채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낸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논문에 발표 자료에 치이는 건 당연사요, 당장 이틀 뒤에 있을 창업경진대회 마지막 발표 역시 가슴을 꽈악 옥죄어 온다. 매일을 쳐내기 바쁘다. 새벽 4-5시가 되어서 일과를 겨우 끝내면 제대로 씻을 새도 없이 허겁지겁 눕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따위 성찰은 잠잘 시간을 줄이기만 할 뿐이다. 이게 원하던 삶인가. 이런 게 바라던 삶이었나. 공허한 외침이 이따금 마음 한 켠에서 울릴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이리도 허겁지겁 살아가는 것일까 싶은. 도대체 몇 년을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지만 지금처럼 스스로 에너지를 불태우며 살아본 적도 손에 꼽는다. 늘 누군가의 기대에, 바람에 맞춰 행동하지 않았나. 그래..

롤러코스터의 끝과 끝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님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큰 성공을 거두다 보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 질문했다. “회사 설립 4년 차에 말도 안되는 성장세를 보이셨잖아요. 회사가 굉장히 잘 커나가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무서워요. 엥? 싶겠지만 대번에 이해됐다. 대표가 맡아야 할 책임의 크기는 회사의 성장세에 비례한다. 회사가 커질수록 먹여 살려야 할 식구의 수는 늘어만 간다. 열기구에 올라타니 어느새 공중에 높이 떠올랐다고 생각해보자. 점점 하늘 높이 떠오르는데 내려갈 방법은 없고 어찌하면 좋을 지 모를 그 느낌. 하지만 반대도 마찬가지다. 해당 스타트업이 2018년도에 현재 우리가 있는 교내 공용 사무실에 입주해있을 때였다. 당시 그 스타트업과 함께 입주해있던 ..

하루 4 건의 미팅을 마치고

연대 - 서울숲 - 역삼 - 낙성대까지. 하루 동안 총 4 건의 미팅을 마쳤다. 스타트업이란 게 그렇다. 하루에도 몇 번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 여기서는 새로운 기회를 그려나갈 생각에 들뜨다가도 저기서는 냉철한 피드백에 낙담하기도 하는. 이 모든 것을 성공이냐 실패냐의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보면 버티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피드백도 받지만, 좋은 얘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얘기를 들을 때가 훨씬 많으니까. 오늘도 그랬다. 이제까지 좋은 지표를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날카로운 지적에 바짝 정신 차려야겠다고 다짐했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얼마나 배우고 성장하는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보다 더한 축복이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0 to 1) 일이니까. 누가 봐도 되기보다 안될 확률이..

초기 투자사를 정하는 건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과 같다

오늘 뜻하지 않게 세 번째 투자사를 만났다. 교수님 소개 덕분에 심사역분과 커피챗을 가지는 기회를 얻었다. 이제까지 두 곳에서 투자 제의를 받고서 들떴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피드백을 좋지 않게 받아서? 그런 건 아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좋게 봐주셨다.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셨고 자료를 보내드리면 다른 투자사보다 훨씬 더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도 진행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다만 해주신 조언이 머릿속에 맴돈다. 초기 투자사를 고르는 건 결혼할 상대를 정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오간 대화는 훨씬 실무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요지는 같았다. 당장 자금을 마련해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이상 후속 투자를 얼마나 잘 끌어올 수 있는지, 얼마나 케어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잘 생각해보라고..

사업의 결과는 돈이다

첫 고객사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해 계약을 체결했다. 샘플 테스트를 위한 소규모 프로젝트부터 먼저 해보는 식으로 논의가 오갔다. 작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분명 숫자로 찍힌 결과물이다. 심지어 동일 고객사로부터 후속 프로젝트 계약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하게 됐다. 초기 목표를 이뤘다. 설립 첫 달부터 돈을 버는 게 목표였는데 법인 설립도 전에 매출을 찍었다. 투자로 연명하는 사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어떤 숭고한 목적이건 사업의 결과는 명확히 금액으로 찍힌다. "고객의 지불용의가격은 느낀 가치만큼이다." 세계적인 경영학계 석학이자 가격 컨설턴트인 헤르만 지몬의 저서 에 나오는 말이다.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주지 못했다면 절대 돈을 벌 수 없다. 공격적인 영업 끝에 두 번째 잠재 고객과도 프로젝트 미팅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