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18

창업을 접고서 깨달은 것들

1.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회사 접어야 할지 고민할 때 인생 다 망한 것만 같았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렇게 놓아도 되나 싶었다. 웬걸 지금은 정말 잘살고 있다.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결심한 게 하나 있었다. “지금은 IT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니 충분히 배우고 다시 도전하자. 세일즈랑 비즈니스는 잘할 자신 있으니 장벽이 높은 것부터 먼저 해보자. 그러니 개발자부터 해야겠다.” 얼마 전에 이 마음 먹은 지 정확히 일 년이 지났고, 코딩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사람은 지금 개발자를 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날이 남아있었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었다. 2. 인생은 게임처럼 임하자. 디자이너가 되고 싶을 때는 패션을 공부했고, 전공에서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을 때는 대학원..

인사이트 일기 2022.09.20

스타트업의 결실은 누가 누리는가?

망해가는 스타트업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오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다. 능력도 출중한데다 리스크 계산에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 이들에게는 언제나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굳이 리스크를 감내할 필요가 없다. 회사에 망조가 보인다 싶으면 가장 먼저 뛰쳐나오는 게 이 부류다. 남아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체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길래, 무슨 생각을 갖고서 기울어가는 회사에 남아있는지가 궁금했다. 딱히 갈 곳이 없어서인가? 빚을 졌나? 당장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판국인데 왜 남아있는 걸까? 버티는 사람이 남는다. 버티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받은 주식 수가 많아서일 수도, 베스팅이 끝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혹은 회사의 비전과 동화되어 여기서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인사이트 일기 2022.08.08

부동산 공부에서 깨달은 사업과 투자의 본질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는 중이다. 예전에는 부동산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았다. 잘 모르기도 했을뿐더러 한정된 자원으로 돈 놓고 돈 먹기 아닌가 싶기도 했고, 땅에 소유권을 논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도 있었다. 그런데 공부해보니 본질적으로 사업과 투자라는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다. 사업이건 투자건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 방금 어느 기사에서 청년 창업 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매출이 0원이라는 기사를 봤다. 이게 꿈팔이가 아니면 도대체 뭘까. 얼마 전 창업팀에서 나왔다. 그렇게 바라고 바랐던 첫 창업이었지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 판에서는 이기는 게임이 될 수 없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창업팀을 운영하면서 사업에 성공하는 근본 원리를 깨달았다. 1) 해당 상품이 고객에게 "지속 ..

스타트업 일기 2021.10.16

어중이떠중이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지 않다

어중이 떠중이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번에 시장 조사를 하면서 왜 스타트업 중 1%만 살아남는 것인지 깨달았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받침되지 않으면 너무나도 무너지기 쉬운 곳이 스타트업 씬이다. 요즘 사람들이 오해 하는 게 창업=스타트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창업이 스타트업은 아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이 주는 멋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스몰 비즈니스 회사들 역시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닌다. 하지만 둘은 확실히 다르다. 뭐가 더 멋지고 좋고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회사가 돌아가는 근본 원리가 다르다. 스몰 비즈니스와 스타트업은 그 궤를 달리한다. 기존 시장에 진입해 경쟁자들과 싸우면서 선형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다. 스타트업의 정의는 다르다. 애초..

초기 투자사를 정하는 건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과 같다

오늘 뜻하지 않게 세 번째 투자사를 만났다. 교수님 소개 덕분에 심사역분과 커피챗을 가지는 기회를 얻었다. 이제까지 두 곳에서 투자 제의를 받고서 들떴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피드백을 좋지 않게 받아서? 그런 건 아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좋게 봐주셨다.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셨고 자료를 보내드리면 다른 투자사보다 훨씬 더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도 진행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다만 해주신 조언이 머릿속에 맴돈다. 초기 투자사를 고르는 건 결혼할 상대를 정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오간 대화는 훨씬 실무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요지는 같았다. 당장 자금을 마련해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이상 후속 투자를 얼마나 잘 끌어올 수 있는지, 얼마나 케어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잘 생각해보라고..

성공에 대한 단상

1. 한 번 성공한다고 평생 성공한 것도 아니고 한 번 실패한다고 평생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2. 성공이 온전히 내 실력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고 실패가 무조건 내 잘못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다. 3.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항상 칼을 갈고 닦는다. 주어진 기회는 어떻게든 잡아내 성공으로 만들고 찾아온 성공에 그저 감사할 뿐, 집착하지 않는다. 언제 떠나갈 지 모르기에 다시 칼을 간다. 4.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다만 그것이 기회인지 아닌지 분간하지 못하고 발로 차 버리는 게 문제다. 기회랍시고 찾아오는 방해꾼들도 분명히 있다. 사리분간을 잘해야 그것이 기회인지 사기인지 판별할 수 있다.

인사이트 일기 2021.05.22

넷플릭스에 규칙이 없는 세 가지 이유

넷플릭스 문화를 다룬 책 을 읽었다. 읽기 전부터 페북에 워낙 부정적인 서평이 많아 큰 기대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넷플릭스 문화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말한다. 최고 수준의 인재로 가득한 인재 밀도 부정적인 피드백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솔직한 문화 어떤 의사결정도 승인받을 필요 없는 통제의 제거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최고의 인재만 모아놓고 조금이라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자른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넷플릭스 문화가 스포츠팀에 가깝다 평하는 것만 봐도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문화는 저 세 가지가 핵심이 아니다. 저것들은 그저 표면에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핵심은 그 기저에 자리한 고민에 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서문에..

독서일기 2021.05.19

포브스가 선정한 창업가 선배에게 들은 3가지 조언

25세 클라썸 이채린 대표, 美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 클라썸. 밀레니얼 창업가 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회사 중 한 곳이자 학교 선배이신 이채린 대표님께서 창업한 회사이다. 최근 포브스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오늘은 참가하고 있는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마련해준 선배와의 멘토링 세션으로 클라썸 이채린 대표님, 최유진 부대표님과 약 1시간가량 Q&A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와닿는 조언이 많았지만 크게 3가지로 정리해봤다. 1. 팀원을 데려오고 동기부여를 도울 때는 Expectation setting이 중요해요. “이 사람이 우리 회사의 어느 팀에 지원할 때 어떤 걸 기대하고 왔을까? 어떤 역할을 맡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스타트업 일기 2021.05.18

부채도 자산이다

자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자본과 부채. 회계에서 자본은 내(=주주) 돈, 부채는 남(=채권자) 돈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에서는 이를 다르게 말한다. "자본은 돈을 벌어다 준다. 부채는 돈을 빼간다." 차를 샀다. 이건 자본일까 부채일까? 차는 감가상각이 큰 대표적인 자산이다. 새 차를 구입하고 4년이 지나면 원래 가치의 60%가 떨어져 있다. 유지비까지 감안하면 암만 주머니를 꽁꽁 싸매도 돈이 안 나갈래야 안 나갈 수가 없다. 책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부채다. 그런데 차를 사서 전국 팔도로 영업을 다녔다고 하자. 이 차 덕분에 매년 투자금 대비 300% 수익을 낸다면 어떻게 될까? 주머니에 돈이 빠져나갔지만 이를 활용해 더 큰 돈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부채를 레버리지로 잘 활용하면 결과적으로 ..

인사이트 일기 2021.05.16

당연한 것들은 처음부터 당연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처음부터 당연한 게 아니었다. 원래부터 침대에서 자는 게 당연한 게 아니었다. 무언가를 들고 다니려면 가방을 메는 게 당연한 게 아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스마트폰도 10년 전에는 당연한 게 아니었다. 당연이라는 말은 이데올로기다. 당연하지 않던 게 당연해지기까지는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골프채에서 가장 비거리가 긴 클럽은 드라이버다. 이 비거리를 위해 티타늄부터 시작해 온갖 첨단 소재가 투입된다. 하지만 그건 수백 년 골프 역사에서 고작 50년 밖에 되지 않는다. 원래 드라이버는 나무로 만드는 게 당연히 여겨졌다. 그래서 드라이버를 비롯해 장타채를 "우드(woods)"라고 부르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나무와 첨단 소재를 놓고 보면 첨단 소재가 비거리, 타구음 등 ..

스타트업 일기 202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