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11

회사를 졸업한다고?

“이 회사에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뭐예요?” 팀 리드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우스갯소리로 나온 얘기였지만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팀에 합류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반면 여기서 무엇을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목표라는 건 다시 말해 그것을 성취하고 나면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언제 이 회사를 떠날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귀결됐다. 우리는 언제 퇴사를 고민할까? 흔히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거나, 망할 징조가 보인다거나, 중요한 직책을 맡지 못한다거나(승진에서 누락되거나) 할 때 떠나는 걸 고심한다. 그런데 이런 건 목표가 될 수 없다. 생각해보니 이전까지 몸담았던 대학원에서의 졸업과 회사에서의 퇴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

인사이트 일기 2022.11.13

부동산 공부에서 깨달은 사업과 투자의 본질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는 중이다. 예전에는 부동산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았다. 잘 모르기도 했을뿐더러 한정된 자원으로 돈 놓고 돈 먹기 아닌가 싶기도 했고, 땅에 소유권을 논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도 있었다. 그런데 공부해보니 본질적으로 사업과 투자라는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다. 사업이건 투자건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 방금 어느 기사에서 청년 창업 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매출이 0원이라는 기사를 봤다. 이게 꿈팔이가 아니면 도대체 뭘까. 얼마 전 창업팀에서 나왔다. 그렇게 바라고 바랐던 첫 창업이었지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 판에서는 이기는 게임이 될 수 없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창업팀을 운영하면서 사업에 성공하는 근본 원리를 깨달았다. 1) 해당 상품이 고객에게 "지속 ..

스타트업 일기 2021.10.16

성공에 대한 단상

1. 한 번 성공한다고 평생 성공한 것도 아니고 한 번 실패한다고 평생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2. 성공이 온전히 내 실력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고 실패가 무조건 내 잘못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다. 3.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항상 칼을 갈고 닦는다. 주어진 기회는 어떻게든 잡아내 성공으로 만들고 찾아온 성공에 그저 감사할 뿐, 집착하지 않는다. 언제 떠나갈 지 모르기에 다시 칼을 간다. 4.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다만 그것이 기회인지 아닌지 분간하지 못하고 발로 차 버리는 게 문제다. 기회랍시고 찾아오는 방해꾼들도 분명히 있다. 사리분간을 잘해야 그것이 기회인지 사기인지 판별할 수 있다.

인사이트 일기 2021.05.22

포브스가 선정한 창업가 선배에게 들은 3가지 조언

25세 클라썸 이채린 대표, 美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 클라썸. 밀레니얼 창업가 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회사 중 한 곳이자 학교 선배이신 이채린 대표님께서 창업한 회사이다. 최근 포브스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오늘은 참가하고 있는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마련해준 선배와의 멘토링 세션으로 클라썸 이채린 대표님, 최유진 부대표님과 약 1시간가량 Q&A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와닿는 조언이 많았지만 크게 3가지로 정리해봤다. 1. 팀원을 데려오고 동기부여를 도울 때는 Expectation setting이 중요해요. “이 사람이 우리 회사의 어느 팀에 지원할 때 어떤 걸 기대하고 왔을까? 어떤 역할을 맡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스타트업 일기 2021.05.18

무슨 주식 살 지 고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그래서 무슨 주식 사면 돼? 질문하는 사람이 하도 많았나 보다. 그럴 수밖에. 저자는 투자 쪽에서 끝판왕 커리어를 찍은 사람이다.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유펜에서 경영대학을 2년 반 만에 조기 졸업하고 맥킨지, 투자은행을 거쳐 헤지펀드 애널리스트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정점을 향해 달려간 그녀의 발자취는 경외의 대상 그 자체다. 누구라도 그녀와 말 섞을 기회만 생긴다면 돈을 어떻게 어디에 묻어둬야 좋을지 질문하기를 서슴지 않을 것이다. "The answer (디 앤서)." 감사하게도 그녀는 수없이 쏟아지는 똑같은 질문에 해답을 주기 위해 책을 써줬다. 세상에, 무슨 주식 사면 되냐는 한 문장에 200쪽이 넘는 책 한 권 분량의 대답이라니. 그런데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차트 몇 분 들여다보고,..

독서일기 2021.05.17

부채도 자산이다

자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자본과 부채. 회계에서 자본은 내(=주주) 돈, 부채는 남(=채권자) 돈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에서는 이를 다르게 말한다. "자본은 돈을 벌어다 준다. 부채는 돈을 빼간다." 차를 샀다. 이건 자본일까 부채일까? 차는 감가상각이 큰 대표적인 자산이다. 새 차를 구입하고 4년이 지나면 원래 가치의 60%가 떨어져 있다. 유지비까지 감안하면 암만 주머니를 꽁꽁 싸매도 돈이 안 나갈래야 안 나갈 수가 없다. 책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부채다. 그런데 차를 사서 전국 팔도로 영업을 다녔다고 하자. 이 차 덕분에 매년 투자금 대비 300% 수익을 낸다면 어떻게 될까? 주머니에 돈이 빠져나갔지만 이를 활용해 더 큰 돈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부채를 레버리지로 잘 활용하면 결과적으로 ..

인사이트 일기 2021.05.16

당연한 것들은 처음부터 당연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처음부터 당연한 게 아니었다. 원래부터 침대에서 자는 게 당연한 게 아니었다. 무언가를 들고 다니려면 가방을 메는 게 당연한 게 아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스마트폰도 10년 전에는 당연한 게 아니었다. 당연이라는 말은 이데올로기다. 당연하지 않던 게 당연해지기까지는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골프채에서 가장 비거리가 긴 클럽은 드라이버다. 이 비거리를 위해 티타늄부터 시작해 온갖 첨단 소재가 투입된다. 하지만 그건 수백 년 골프 역사에서 고작 50년 밖에 되지 않는다. 원래 드라이버는 나무로 만드는 게 당연히 여겨졌다. 그래서 드라이버를 비롯해 장타채를 "우드(woods)"라고 부르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나무와 첨단 소재를 놓고 보면 첨단 소재가 비거리, 타구음 등 ..

스타트업 일기 2021.05.14

신뢰는 Show&Prove에서 나온다

“사업은 절대 할 생각 마라.” 이전부터 귀가 닳도록 듣던 말이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이요,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명절만 되면 나를 옆에 앉혀두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게 가장 좋다고 내내 말씀하셨다. 처음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마 2년 전이었다. 일단 좋은 직장부터 들어가는 게 어떻겠냐, 정 사업이 하고 싶으면 일단 사회 경험부터 쌓고 해도 늦지 않다, 아니면 취업이 안 돼서 그러는 거냐 등. 답답했다.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실현하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사업을 하는 아버지는 이에 공감해주지 않았다. 아니, 않는다고 생각했다. 확신을 주고 싶었다. 좋은 직장?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이 유명한 대기업이라면 지금 당장도 들어갈 자신이 있다. 들어가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걸 보..

왜 시작은 반일까?

"시작이 반이다." 고작 한 문장 가지고 저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누구에게는 '시작만 해도 이미 반이나 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긍정 어린 말이다. 다른 이는 시작해봐야 고작 반밖에 못 간다는 자조 어린 메시지로 쓴다. 내게는 어떨까? 딱 반만큼만.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말 그대로 딱 반만큼만 가게 해준다. 시작 버튼은 그런 존재다. 누르지 않으면 절대 그 여정에 뛰어들 수 없지만, 시작 하나 눌렀다고 만사형통도 되지 않는. 그런데 이상하다. 대체 어느 시점을 시작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이 글을 언제 쓰기 시작했을까? 글을 기록한 시점은 발행을 누른 시간에 머무른다. 하지만 아무도 발행 시점을 시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블로그 글쓰기 창에 자판을 처음 누른 순간이 시작일까? 아니면 블로그..

초기 스타트업이 방황하지 않기 위한 3가지 조언

처음 창업을 고려하면 대개 아이디어부터 시작한다. “이런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MVP를 바로 만들어보려는데 개발자는 어떻게 고용해야 하죠?” “사업 계획서를 신청하려는데 어떤 패키지를 지원하면 좋을까요?” 1.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 아이디어가 맞는지 아닌지부터 검증해야 한다. 종각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백반집이 잘되는 걸 보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하면 훨씬 더 잘되겠는데?”라고 떠올렸다고 하자. 정말 그게 문제의 본질일까? 그 백반집이 잘되는 이유가 식당 안에서 욕을 댓바가지로 퍼붓는 할머니 때문인지, 한 번도 안 갈 수 있지만 한 번만 갈 수 없는 맛 때문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2. “문제로 접근하세요.” 대체 무엇이 이 시장을 가로막는 진짜 병목일까? 처음에..

스타트업 일기 20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