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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 건의 미팅을 마치고

연대 - 서울숲 - 역삼 - 낙성대까지. 하루 동안 총 4 건의 미팅을 마쳤다. 스타트업이란 게 그렇다. 하루에도 몇 번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 여기서는 새로운 기회를 그려나갈 생각에 들뜨다가도 저기서는 냉철한 피드백에 낙담하기도 하는. 이 모든 것을 성공이냐 실패냐의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보면 버티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피드백도 받지만, 좋은 얘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얘기를 들을 때가 훨씬 많으니까. 오늘도 그랬다. 이제까지 좋은 지표를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날카로운 지적에 바짝 정신 차려야겠다고 다짐했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얼마나 배우고 성장하는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보다 더한 축복이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0 to 1) 일이니까. 누가 봐도 되기보다 안될 확률이..

큰 물에서 노는 게 중요한 이유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파라미터는 세계관이다. 여기서 세계관의 정의는 “그 사람이 보는 시야의 넓이”이다. 당장 중고등학생 시절을 생각해보자. 학창 시절에는 학교와 학원이 세상의 전부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 밖의 실제 세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경험이 없다. 그러니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엊그제 본가에 내려가 방을 치우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희망 대학 및 학과를 적은 종이를 발견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 당시에 저 학교에 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저 학과를 왜 가고 싶었는지도 모른 채 썼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을 성장하지 못하게 하려면 그 사람의 세계관을 작게 가두면 된다. 보는 시야가 좁으면 걱정하는 일의 규모도 쪼그라든다. 세계적..

스타트업 일기 2021.05.28

초기 투자사를 정하는 건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과 같다

오늘 뜻하지 않게 세 번째 투자사를 만났다. 교수님 소개 덕분에 심사역분과 커피챗을 가지는 기회를 얻었다. 이제까지 두 곳에서 투자 제의를 받고서 들떴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피드백을 좋지 않게 받아서? 그런 건 아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좋게 봐주셨다.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셨고 자료를 보내드리면 다른 투자사보다 훨씬 더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도 진행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다만 해주신 조언이 머릿속에 맴돈다. 초기 투자사를 고르는 건 결혼할 상대를 정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오간 대화는 훨씬 실무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요지는 같았다. 당장 자금을 마련해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이상 후속 투자를 얼마나 잘 끌어올 수 있는지, 얼마나 케어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잘 생각해보라고..

사업의 결과는 돈이다

첫 고객사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해 계약을 체결했다. 샘플 테스트를 위한 소규모 프로젝트부터 먼저 해보는 식으로 논의가 오갔다. 작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분명 숫자로 찍힌 결과물이다. 심지어 동일 고객사로부터 후속 프로젝트 계약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하게 됐다. 초기 목표를 이뤘다. 설립 첫 달부터 돈을 버는 게 목표였는데 법인 설립도 전에 매출을 찍었다. 투자로 연명하는 사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어떤 숭고한 목적이건 사업의 결과는 명확히 금액으로 찍힌다. "고객의 지불용의가격은 느낀 가치만큼이다." 세계적인 경영학계 석학이자 가격 컨설턴트인 헤르만 지몬의 저서 에 나오는 말이다.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주지 못했다면 절대 돈을 벌 수 없다. 공격적인 영업 끝에 두 번째 잠재 고객과도 프로젝트 미팅 일..

논문에 기죽을 필요 없는 이유

사람들은 논문이라는 두 글자에 과도한 공신력을 부여한다. “이게 어느 논문에서 나온 결과야”라는 말이 논쟁에서 이기는 하이패스처럼 쓰이는 걸 볼 때도 잦다. 이는 비단 학자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에서 모든 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연구했습니다. 한국은 내일 아침 한국 전역에서 사용할 에너지의 85%를 햇빛으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 무슨 연구인가 찾아봤다. Joule에서 나온 라는 논문이다. Supplement Information에서 table 8을 보면 리프킨의 주장에 대한 자료가 나와 있다. 주거단지에 태양광 집전기(PV)를 설치할 경우 5.62%, 정부 시설/상업 단지에서 3.47%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

댓글이 좋을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글을 쓰다 보면 원래 담고 싶었던 글의 의도를 다르게 해석한 댓글을 마주할 때가 있다. 예컨대 글에서는 “핵심은 A”를 말하고 싶었는데 댓글에서는 “그래서 B를 하라는 얘기죠?”라고 한다거나. 하지만 사실을 잘못 말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의견에 대해 원글과 다른 의견이라고 지적하거나 반박하지 않는다. 다른 의견을 마주한다는 건 두 가지 가르침을 준다. 첫째는 내 글이 구렸다는 반성이다. 글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다. 글자는 매개체일 뿐이다. 전달하고 싶은 주제가 핵심이다. 그런데 글이 내용을 온전히 담지 못하면 독자를 배려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난다. 글쓰기도 사업과 똑같다. 공급자 중심의 제품은 사랑받지 못한다.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 제품은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글..

인사이트 일기 2021.05.24

성공에 대한 단상

1. 한 번 성공한다고 평생 성공한 것도 아니고 한 번 실패한다고 평생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2. 성공이 온전히 내 실력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고 실패가 무조건 내 잘못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다. 3.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항상 칼을 갈고 닦는다. 주어진 기회는 어떻게든 잡아내 성공으로 만들고 찾아온 성공에 그저 감사할 뿐, 집착하지 않는다. 언제 떠나갈 지 모르기에 다시 칼을 간다. 4.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다만 그것이 기회인지 아닌지 분간하지 못하고 발로 차 버리는 게 문제다. 기회랍시고 찾아오는 방해꾼들도 분명히 있다. 사리분간을 잘해야 그것이 기회인지 사기인지 판별할 수 있다.

인사이트 일기 2021.05.22

이 영상을 매일 100번이나 재생할 수밖에 없던 이유

요즘 매일같이 듣는 노래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매일같이 보는 영상이 있다. 릴러말즈- 야망(힙플쇼 라이브 무대) 내가 아는 릴러말즈는 쇼미 때 잠깐 나와서 슈퍼비랑 맞짱 뜨다가 스르륵 가라앉은 친구 정도였다. 그 이후로 , 같이 어느 정도 유명한 노래 들으면서 오~ 좋은데? 정도였다. 진짜 몰랐다. 이렇게 말도 안되게 멋진 사람인줄. 지인 분이 추천해준 글을 통해 위 영상을 접했다. 이때만 해도 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던 터라 오 노래 좋네~하며 들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난 뒤, 그가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얘기를 꺼냈다. "나 갑자기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생각난 건데, 여기 힙플쇼 무대 처음으로 섰던 게 딱 1년 전이거든요. 근데 그때는 제 메인 무대가 아니었어요. Quiett 형 무대에 시크..

인사이트 일기 2021.05.21

정년퇴임한 판사가 물리학부에 입학한 이야기

한동안 중심을 찾은 것 같더니 다시금 조바심을 내는 게 느껴진다. 오늘 교수님과 상담을 하던 중이었다. 연구 분야와 관련해 고민이 있어 질문을 드리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 교수님이 더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내게는 그 연구 주제가 아니라 박사 진학과 창업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게 본질이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애들이 공부를 많이 하다보면 인생에서도 똑같이 대하려 해. 자꾸 정답을 찾으려 하는 거야. 고속도로로 갈 수도 있고 국도로 갈 수도 있잖아. 근데 국도로 가면서 고속도로가 정답이 아닐까 갈등하는 거지. 갈등이 돼? 그러면 해보면 돼. 어차피 정답이 없다니까? 우리들이 보통 가지게 되는 선택지를 보자고. 직장인이 있어. 연구원도 있지. 교수도 있네? 창업도..

인사이트 일기 2021.05.20

넷플릭스에 규칙이 없는 세 가지 이유

넷플릭스 문화를 다룬 책 을 읽었다. 읽기 전부터 페북에 워낙 부정적인 서평이 많아 큰 기대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넷플릭스 문화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말한다. 최고 수준의 인재로 가득한 인재 밀도 부정적인 피드백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솔직한 문화 어떤 의사결정도 승인받을 필요 없는 통제의 제거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최고의 인재만 모아놓고 조금이라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자른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넷플릭스 문화가 스포츠팀에 가깝다 평하는 것만 봐도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문화는 저 세 가지가 핵심이 아니다. 저것들은 그저 표면에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핵심은 그 기저에 자리한 고민에 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서문에..

독서일기 2021.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