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일기

이 영상을 매일 100번이나 재생할 수밖에 없던 이유

Woonys 2021. 5. 2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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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같이 듣는 노래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매일같이 보는 영상이 있다.

 

 

릴러말즈- 야망(힙플쇼 라이브 무대)

 

 

내가 아는 릴러말즈는 쇼미 때 잠깐 나와서 슈퍼비랑 맞짱 뜨다가 스르륵 가라앉은 친구 정도였다. 그 이후로 <gone>, <trip>같이 어느 정도 유명한 노래 들으면서 오~ 좋은데? 정도였다.

 

진짜 몰랐다. 이렇게 말도 안되게 멋진 사람인줄.

 

지인 분이 추천해준 글을 통해 위 영상을 접했다. 이때만 해도 <야망>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던 터라 오 노래 좋네~하며 들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난 뒤, 그가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얘기를 꺼냈다.

 


"나 갑자기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생각난 건데, 여기 힙플쇼 무대 처음으로 섰던 게 딱 1년 전이거든요. 근데 그때는 제 메인 무대가 아니었어요. Quiett 형 무대에 시크릿 게스트가 있었는데 그 게스트의 시크릿 게스트가 나였어요.(웃음)"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진-짜 깍두기였다는 얘기야.(웃음) 진-짜, 참 깍두기."

 

"근데 나는 진짜로, 내가 절대로 대단한 게 아니고 야망만 있다면 우리 모두 해낼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나는 작년 1년 동안, 이렇게 미친 듯이 달렸던 이유는, 나는 방송으로 잘된 것도 아니고. 맞지?(웃음)

 

근데 나는 진짜 멜론에 내 이름을 매주 박았어.

 

이렇게 한 사람 한국 힙합에 나밖에 없다고 자부할 수 있어. 멜론에 매주 음악 올린 건 나밖에 없었어. 근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잖아. 예를 들면, 나는 '어떻게 해야지 유명해질까?'를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내 이름을 많이 보면 되겠다, 그러려면 내가 매주 있어야겠다.'더라고.

 

우리 모두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고. 노력하면 언젠가 돌아오니까."


 

너무 소름이 돋아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부랴부랴 그를 검색해 찾아보니 더 소름이 돋았다. 상상 이상으로 말도 안되는 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 2012년 서울예술고등학교 1학년(17세) 재학 중,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기악과 영재입학
  • 미국 Manhattan School of Music (Pinchas Zuckerman program)에서 President Award를 수상, 전액 장학생으로 석사과정 입학.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Pinchas Zukerman 밑에서 석사 수여.

 

그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커리어 때문이 아니다. 영재 코스를 밟던 그가 래퍼로 전향하기까지, 수많은 만류와 갈등이 있었을 것임은 안 봐도 자명한 일이다. 그랬던 그가 힙합 뿐만 아니라 대중 음악 씬에서도 유명한 입지를 차지하게 됐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방송으로 잘된 것도 아니다. 내 기억 속에서도 그는 슈퍼비랑 잠깐 붙다 떨어진 이미지였으니까. 초대 게스트의 초대 게스트라는 참 깍두기 시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모든 걸 견디면서 매주마다 곡을 발표해 스스로 정상까지 올라온 모습은 주체적인 삶 그 자체다. 잘 가던 방향을 틀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그의 모습에서 너무나 많은 공감을 느꼈다.


재료공학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겠다는 각오로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던 나는 어느새 AI라는 낯선 분야에서 창업이라는 새로운 여정을 항해하고 있다. 석사 과정 동안 의미 있는 과학적 현상을 발견했다. 하반기면 이름을 걸고서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계획이다. 박사 과정으로 올라간다면 더 많은 결과물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체적인 삶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에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여기를 존중하고 나아가는 삶이야말로 오롯이 나를 존중하는 길이다. 그 어떤 잡음에도 무시하고 나의 길을 가는 것. 과거의 결과와 미래의 기대 따위로 바꾸기엔 지금 도전하고 있는 이 자체가 가슴뛰게 한다.

 

힘들 때마다 들어야 할 노래가 생겨 기분이 좋은 요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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