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일기

포브스가 선정한 창업가 선배에게 들은 3가지 조언

Woonys 2021. 5. 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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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클라썸 이채린 대표, 美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

클라썸. 밀레니얼 창업가 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회사 중 한 곳이자 학교 선배이신 이채린 대표님께서 창업한 회사이다. 최근 포브스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오늘은 참가하고 있는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마련해준 선배와의 멘토링 세션으로 클라썸 이채린 대표님, 최유진 부대표님과 약 1시간가량 Q&A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와닿는 조언이 많았지만 크게 3가지로 정리해봤다.

 

1. 팀원을 데려오고 동기부여를 도울 때는 Expectation setting이 중요해요.

 

“이 사람이 우리 회사의 어느 팀에 지원할 때 어떤 걸 기대하고 왔을까? 어떤 역할을 맡고 싶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를 캐치해야 해요. 이를 알기 위해 '00님은 1년 뒤, 3년 뒤, 5년 뒤에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를 면접 자리에서 물어봐요.

 

커리어적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마케팅 직무라고 하면 이쪽 업계는 커리어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게 변한다. 브랜드 마케팅이 떴다가, 콘텐츠가 뜨다가, 최근에는 또 그로스해킹을 필두로 데이터 드리븐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경향에서 해당 팀원이 어떤 커리어 패스를 설계하고 싶은지 묻고 그가 잘 성장할 수 있게 함께 고민하고 돕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남더라. 이를 위해 1대1 세션 등 여러 자리를 마련해 팀원의 성장을 돕고자 노력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2. 내가 잘하는 것 빼고는 다 버리세요

 

못하는 걸 배워서 할 수 있다는 마인드는 분명 필요해요. 하지만 효율이 떨어져요. 결국 어느 순간에는 더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거나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 시점이 와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조언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창업하겠다고 도전한 사람이면 뭐든 몸으로 부딪쳐서 깨부순다는 마인드셋을 장착하기 마련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초기에는 대표가 다 배워서 해야 한다. 초창기에는 인력도 없을뿐더러 굳이 인력이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창업자가 A to Z를 모두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배우면 뭐든 할 수 있다!"

 

문제는 성장하면서부터다. 회사가 잘 크는데 왜 문제일까?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모든 걸 창업가가 혼자 짊어질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이제까지 배워서 해냈으니 앞으로도 배우면 되지 않나! 라는 마인드가 은연중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대표의 성장이 회사의 목표는 아니다. 대표가 모든 걸 해낼 수 있다는 말은 곧 모든 일에 대표가 관여한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회사 성장의 상한은 대표의 능력치로 한정된다. 사업이 커지면 각 파트에 맞게 전문가를 데려오고 역할을 위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 모든 걸 대표 혼자 낑낑댄다고 생각해봐라.

 

부대표님께서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셨다. 광고 집행할 때 혹시나 법적 문제가 생길까봐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두께의 법률 책을 읽어가며 미디어법을 직접 공부하셨다고 했다. "근데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변호사 선임 한 번 하면 시간도 돈도 훨씬 아낄 수 있던 문제였거든요." 너무 와닿는 말이었다. 고작 3명따리 팀인데도 벌써부터 이런 부분에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으니. 러닝 커브는 가파르게 그리되, 굳이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면 위임하자.

 

3. 의사결정에 원칙이 있어야 해요.

 

질문에서도, 답변에서도 정확히 저 워딩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원칙이었다. 막판에 두 가지 질문을 드렸다.

 

1) "시드 투자를 받을 기회가 꽤나 많으셨을 텐데, 정확히 언제 받으셨고 그 때 받기로 한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창업을 시작하고 1년 반, 정주영창업경진대회 결승 즈음에 시드 투자 유치를 결정했다고 하셨다. 우리 역시 약 9개월 정도 진행한 시점에서 투자유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느리다고 생각할 만한 답변이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회사를 설립해서 성공적으로 엑싯하기까지 통계적으로 약 8~10년이 걸린다고 하잖아요. 저희 입장에서 망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기까지 그 정도 걸렸던 것 같고 그 이전까지는 절대 투자받지 말자고 내부적으로 합의했어요. 투자받는 순간, 멈출 수 없는 레이스 위에 서는 것이나 다름 없거든요. 그러던 차에 정주영창업경진대회를 나갔고, 멘토 분과 9주 동안 매주마다 만나면서 이 VC와는 함께 가도 좋겠다는 확신이 섰어요. 그래서 1년 반 만에 투자 유치를 결정했습니다."

 

같은 입장에서 정말 최적의 의사결정이라 생각했다. 남의 돈을 받는 순간 그때부터는 어떻게든 신용과 신뢰를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해서라도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돈 받을 생각에 절대 섣부르게 결정해서는 안될 선택인데 이분들은 그걸 원칙을 세워서 잘 결정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2) "저희도 같은 B2B SaaS로서 고객사의 어디까지를 커스터마이징해줘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클라썸도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역시 모든 B2B가 그렇듯,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고객사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도 마찬가지고 클라썸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초기에 10개사에 각각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해드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깨지고 부딪치면서 원칙을 세우게 됐는데, 다음과 같다.

 

재사용 불가능한 기능이면 해주지 말자. 반대로, 원래 로드맵에 없더라도 로드맵을 앞당길 수 있는 기능이면 해주자. 저희는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서 자기들한테만 필요한 (예를 들면 사내 인트라넷과 연동하는 기능이라던지) 것을 요구하면 최대한 지양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반대 경우도 있었는데, 카이스트가 그랬다. 학교에 클라썸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초창기에는 코드블록이나 LaTeX 등을 활용해 코드를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코드를 캡쳐해서 복붙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게끔 했는데 이 부분은 공대생들을 위해 원래 로드맵에 없었으나 최적화 작업을 넣으셨다고 했다. 훗날 기업교육 B2B SaaS로 돌리고 보니, 각종 코딩 교육이 유행하면서 이때 개발해둔 기능이 꽤나 요긴하게 쓰였다고 하셨다. 원래 로드맵에는 없었지만 훗날 로드맵에 들어갈 기능을 앞당겨 의뢰받는다면 해드리자고 한 게 이 부분이다.

 

덧붙여, 초창기에는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 역시 잊지 않으셨다. 예를 들어준 B2B SaaS 업계에서 유니콘을 찍은 센드버드는 레딧이라고 하는 미국 유명 커뮤니티 회사에 의뢰를 받고 10일가량 고객사에 상주하면서 요구 기능을 모두 개발해드렸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성장하다보면 유혹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이건 다른 멘토이신 셀렉트스타로부터도 들은 말이다. 가상의 예시로 사내 인프라와 연동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등의 SI에 가까운 일을 주되 돈을 몇십 억을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더라. 이때 원칙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잘 해야 장기적으로 비전을 그릴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참여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깊은 인사이트를 배운 시간이었다. 클라썸 두 분께 다시금 감사드리며, GSD도 잘 헤쳐나가보자는 다짐을 한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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