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일기

초기 스타트업이 방황하지 않기 위한 3가지 조언

Woonys 2021. 4. 2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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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창업을 고려하면 대개 아이디어부터 시작한다. “이런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MVP를 바로 만들어보려는데 개발자는 어떻게 고용해야 하죠?” “사업 계획서를 신청하려는데 어떤 패키지를 지원하면 좋을까요?”

1.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

 

아이디어가 맞는지 아닌지부터 검증해야 한다. 종각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백반집이 잘되는 걸 보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하면 훨씬 더 잘되겠는데?”라고 떠올렸다고 하자. 정말 그게 문제의 본질일까? 그 백반집이 잘되는 이유가 식당 안에서 욕을 댓바가지로 퍼붓는 할머니 때문인지, 한 번도 안 갈 수 있지만 한 번만 갈 수 없는 맛 때문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2. “문제로 접근하세요.”

 

대체 무엇이 이 시장을 가로막는 진짜 병목일까? 처음에 떠올린 아이디어는 문제에서 나온 피상적인 현상 중 하나를 해결하는 데 그칠 뿐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영역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그 판에 뛰어들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옆에서 훈수 두는 것과 실전이 천지 차이인 것과 마찬가지다. 한방에 본질을 꿰뚫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생각을 검증하는 과정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보면 아이디어가 중요한 게 아님을 깨닫는다. 핵심은 문제의 재정의다. 대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건지 이해해야 한다.

3. “행동은 최소한으로 하세요.”

 

이 모든 과정은 절대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 스타트업 씬에서 워낙 실행력을 강조하다 보니 대개 몸을 못 움직여서 안달이다. 하지만 실전은 다르다. 실행력은 기본이되 함부로 실행하면 안 된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행동 하나하나가 리소스를 갉아먹는다. 시간이든 비용이든 정신적인 에너지든.

———
창업은 산을 오르는 게 아니다. 끝없이 펼쳐진 광야를 헤매는 과정의 연속이다. 열심히 오르기만 하는 거면 다 뛰어들었을 것이다. 오히려 방향성이 없는 게 문제다. 산과 달리 광야에는 기울기가 없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를뿐더러 이 길이 맞는지조차 끊임없이 의심이 든다. 그러니 힘을 최대한 비축해야 한다. 문제를 확인하고 나서 온 힘을 쏟아부어도 늦지 않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게임이다. 어딘가에 물이 있다고 해서 다들 호기롭게 찾아 나선다. 누군가는 대규모로 팀을 꾸려 만반의 채비를 갖추는가 하면 어떤 이는 짐도 없이 물통 하나만 든 채 혈혈단신으로 움직인다.

자원이 많으면 오래 버틸 것 같지만 문제는 이게 동전 넣기 게임이라는 점이다. 한 판에서의 자원이 한정된 게 아니라 게임 전체에서 넣을 수 있는 동전이 제한됐다는 게 포인트다. 한 판에 많은 동전을 넣고 한 게임 제대로 치르는 것보다 작게 여러 번 게임을 할 때 승률이 훨씬 높다. 신사임당이 말했던 것처럼 1억을 걸고 앞면이 나오면 2억, 뒷면이 나오면 다 잃는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100만 원, 혹은 10만 원짜리를 여러 판 해야 한다.

좋은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첫 고객을 유치했다. 불과 2개월도 안 된 아이템으로. 행운일까? 피봇팅만 4번을 했다. 팀을 꾸리고서 버틴 기간이 7개월이다. 창업을 결심하고 방황한 지가 2년 차다. “불과”가 아니라 “드디어”다. 앞으로 거쳐나가는 과정은 또 다른 영역이다. 하지만 적어도 위의 세 가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으로 익혔다.

이젠 속도를 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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