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일기/첫 창업 이야기

신뢰는 Show&Prove에서 나온다

Woonys 2021. 5. 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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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절대 할 생각 마라.”

 

이전부터 귀가 닳도록 듣던 말이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이요,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명절만 되면 나를 옆에 앉혀두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게 가장 좋다고 내내 말씀하셨다.

 

처음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마 2년 전이었다. 일단 좋은 직장부터 들어가는 게 어떻겠냐, 정 사업이 하고 싶으면 일단 사회 경험부터 쌓고 해도 늦지 않다, 아니면 취업이 안 돼서 그러는 거냐 등. 답답했다.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실현하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사업을 하는 아버지는 이에 공감해주지 않았다. 아니, 않는다고 생각했다.

 

확신을 주고 싶었다. 좋은 직장?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이 유명한 대기업이라면 지금 당장도 들어갈 자신이 있다. 들어가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보여줄 건덕지가 없었다. 늘 말로만 사업을 하고 싶다 했을 뿐, 정작 무엇을 했나 물어보면 말할 게 없었다. 진로 얘기가 나오면 결말은 늘 “일단 직장부터 다녀보는 게 어떻겠냐”로 끝났다.

 

최근에 교내창업경진대회에 나갔다. 카카오벤처스, 본엔젤스 등 유명 초기 벤처 투자사가 멘토로 참여하는 큰 규모의 대회다. 이곳에서 1차 미션 2등, 2차 미션에서는 1등을 했다. 대회 동안 고객사를 유치했다. 멘토들로부터 투자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받았다. 집에 얘기를 전달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잘해보라고. 열심히 해보라고. 이제야 깨달았다. 확신은 강요하는 게 아니라 믿어지는 것이다.

 

신뢰는 show & prove에서 나온다. 말로는 성공하겠다면서 온종일 누워있는 방구석 백수에게 아무도 신뢰를 없다. 보여줘야 한다. 최근의 성과 이전까지는 그저 말로만 한다, 한다 했을 어떤 것도 보여드리지 못했다. 초기 창업 팀이 무엇을 그리 보여줄 있겠냐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반대로 결과만 나온다면 믿음은 언제든 생겨난다. 그러니 믿음이 생겨나기 전까지는 어떤 혹독한 반응이 오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이 몰라주냐고 화내거나 슬퍼할 필요 없다. 그게 당연한 거니까. 나조차도 무모하게 도전하는 누군가를 보면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의 본성을 거스를 생각 말고 결과로 증명해라. 믿음은 알아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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