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무슨 주식 살 지 고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Woonys 2021. 5. 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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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주식 사면 돼?

 

질문하는 사람이 하도 많았나 보다. 그럴 수밖에. 저자는 투자 쪽에서 끝판왕 커리어를 찍은 사람이다.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유펜에서 경영대학을 2년 반 만에 조기 졸업하고 맥킨지, 투자은행을 거쳐 헤지펀드 애널리스트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정점을 향해 달려간 그녀의 발자취는 경외의 대상 그 자체다. 누구라도 그녀와 말 섞을 기회만 생긴다면 돈을 어떻게 어디에 묻어둬야 좋을지 질문하기를 서슴지 않을 것이다.

 

 

"The answer (디 앤서)." 감사하게도 그녀는 수없이 쏟아지는 똑같은 질문에 해답을 주기 위해 책을 써줬다. 세상에, 무슨 주식 사면 되냐는 한 문장에 200쪽이 넘는 책 한 권 분량의 대답이라니. 그런데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차트 몇 분 들여다보고, 뉴스 몇 번 보고, 이거 고를까 저거 고를까, 주위 사람과 카톡으로는 요즈음 이게 좋다던데? 얘기하고서 하나 사는 그 행위가 반대편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24시간 7일을 풀로 뛰는 그들에게서는 어떤 식으로 일어나고 있을까.

 

헤지펀드 트레이더로서 나는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항상 변화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내 포지션을 더 유리하게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더 이상 일과 일상에 대한 구분이 없어짐을 뜻한다. 투자 대상을 분석하고, 투자 논거를 정립하고, 롱/숏 포지션을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트레이더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서 최대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일의 시작과 끝이라는 구분이 사라진다. 시장과 단 한 순간도 떨어질 수 없다. 깨어 있는 모든 일분일초가 시장과 내 포지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월스트리트라는 특수한 시공간에 살아가는, 살아남으려는 모든 사람 역시 그렇다. - 디 앤서

뉴스 한 꼭지 분량 글 읽는 시간과 24시간 7일 풀타임의 승부가 이렇다. 둘 사이에 투자라는 행위를 보면 그저 글자만 같을 뿐이다. 물론 그들이 절대 옳고 개인투자자가 늘 진다는 게 아니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존재하지 않나. 말하고 싶은 건 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성공한 투자를 위해서는 정신적으로 올인해야 한다. 직업이 아니라고 해서 투자, 트레이딩을 취미 생활이라고 하는 말을 나는 용납할 수가 없다. 생사를 거는 사람들과 경쟁하는 시장을 취미 취급하면 수익률도 취미 수준일 수밖에 없다. 투자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고, 투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메모, 실패와 성공의 이유를 상기시킬 수 있는 트레이딩 일지를 만들어서 기록해두어야 한다. - 디 앤서

이 책이 주는 해답은 비단 투자에 대한 실마리만을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삶을 존중하며 대하고 있는가?" 이 책에서 얻은 해답에 대한 질문이었다. 치열하게 사는 것만이 삶을 존중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것은, 혹은 알고자 노력하는 것은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주체적인 태도이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에 있는 이들은 탁월함을 자신 삶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삼고서 너무나도 멋지게 그 태도를 온힘을 다해 뿜어내고 있다. 워라밸이 삶의 이유라면 그것을 선택하고 그 원칙을 지키는 삶을 꾸려나가면 된다. 문제는 대다수가 나를 중심으로 바깥을 바라보지 않고 남의 눈으로 나를 훑는다는 데 있다. "어? 쟤 봐라? 외제차 끄네? 나는 더 좋은 차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씨..워라밸은 지키고 싶은데 돈은 더 벌고 싶은데?" 줏대 없이 모호한 기준들.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이러면 투자에서도 줏대 없이 종목을 고를 수밖에 없다.

 

그 다음엔 뭔가? 현상 유지? 또 다른 직업, 더 높은 연봉? 아무런 의미도, 동기부여도 될 수 없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의 다수가 그러한 물질적인 인센티브에 의해서 움직인다 한들, 그에 동요되어 휩쓸려간다면 절대 이곳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 디 앤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이 세계에서 이들 삶에서 성공의 기준은 돈이 아니다. 저자의 꿈 역시 마찬가지다. '가진 모든 것을 극한값으로 끌어올릴 수준까지 노력하고 항상 내가 속한 조직, 나아가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목표는 구체적이고 숫자로 적을 수 있지만 꿈은 다르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바라보면서 달려갈 수 있는 이상향이어야 한다. 도착점이 아닌 과정 자체가 보람찰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수익률이냐 자연 현상의 규명이냐만 다를 뿐, 문제를 대하는 태도나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의 논리적 전개 등 투자가 과학과도 유사점이 많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물리학자가 헤지펀드 업계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는 이유가 단순히 숫자를 다뤄서가 아니라는 걸 깨닫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와닿았던 건 역시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해답이었다. 인생에서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태도로 사는 사람에게 빛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서 삶의 원칙은 언제나 반증가능해야 한다. 반례를 맞닥뜨린다면 기존의 낡은 원칙을 깨고 주저 없이 새로운 노선으로 과감하게 갈아 타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스무 살 때 꿈꾸던 목표가 서른 살, 마흔 살에도 그대로라면 정말 슬픈 일이다. - 디 앤서

졸업까지 약 3달 가량 남았다. 디펜스하면 끝이니 사실상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마당에 내 다음 스텝의 디 앤서는 무엇일까. 무엇이 됐건 좋다. 그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서 그에 맞게 삶을 대하고 있는 태도라면 무엇을 하고 있어도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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