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일기 33

잘한다는 것의 정의

1. 올 상반기는 밤샐 일이 많아서 해가 뜨고서야 퇴근하는 빈도가 잦았다. 집에 가는 길이면 늘 갸우뚱하게 만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왜 해가 질 즈음과 동이 틀 즈음의 분위기는 다를까?"였다. 사실 시간만 반대일 뿐이지, 다른 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 길에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의 대수, 혹은 문을 연 상점 수의 차이 정도가 있겠지만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건 하늘이었기 때문에 - 이렇게까지 차이가 크게 날까? 싶었다. 그저 감성의 차이인가 싶기도 했고. 얼마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운동하러 가는 길에 해가 지는 반대 방향의 하늘을 보면서 똑같은 생각에 잠기던 중, 미처 생각지 못했던 큰 변수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이 달랐구나." 다른 건 같았을지언정 빛의 방향이 달랐..

인사이트 일기 2021.08.15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은 기다림이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성공할 수가 없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남들보다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우수한 사람들인 것이다. 감정을 제대로 통제한다는 것은 외부의 상황에 심리적으로 동요되지 않고 영향을 최소화하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 최근에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리는 일이 있었다.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길이 없어 존경하는 분들께 도움을 구했다. 속마음을 털어놨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라고, 그래서 지금 내가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드니 어떤 스탠스를 취하면 좋을지 정리하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한 분이 그러셨다. 지금은 감정과 이성이 섞여있는 상태라고. 일단 감정부터 쭉 빼라고. 시간을 가지라고. 이미 잘하고 있다고. 함부로 선택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집에 와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진..

인사이트 일기 2021.08.14

무덤 가서 자려다가 오늘 무덤 간다

이틀 전에 빨래 건조대를 새로 샀다. 4년 넘게 쓰던 옛날 건조대는 거치대가 늘 빠져 빨랫감 양이 조금만 늘어나도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다. 건조대가 부서질 때마다 짜증이 확 일었지만 “조금 고장 난 정도지 아직 외형은 멀쩡한데 뭘”이라며 무관심으로 지냈다. 한 6개월 정도 버티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 다이소에 갔다. 만 원도 안 하는 가격에 아주 짱짱한 녀석을 데려왔다. 빨랫감을 올려봤다. 이전 같았으면 꼭 한 번씩 부서지면서 온갖 스트레스를 줬을 텐데 아주 깔끔하다.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다. 일주일 전에는 규조토 발 매트를 샀다. 이사 오고서부터 쓰던 천 매트는 물 흡수도 별로인 데다 청소하기는 또 얼마나 불편한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게다가 2년 가까이 쓰니 더럽기는 또 얼마나 더러운지 빨아도..

인사이트 일기 2021.07.30

댓글이 좋을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글을 쓰다 보면 원래 담고 싶었던 글의 의도를 다르게 해석한 댓글을 마주할 때가 있다. 예컨대 글에서는 “핵심은 A”를 말하고 싶었는데 댓글에서는 “그래서 B를 하라는 얘기죠?”라고 한다거나. 하지만 사실을 잘못 말하는 게 아니라면 다른 의견에 대해 원글과 다른 의견이라고 지적하거나 반박하지 않는다. 다른 의견을 마주한다는 건 두 가지 가르침을 준다. 첫째는 내 글이 구렸다는 반성이다. 글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다. 글자는 매개체일 뿐이다. 전달하고 싶은 주제가 핵심이다. 그런데 글이 내용을 온전히 담지 못하면 독자를 배려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난다. 글쓰기도 사업과 똑같다. 공급자 중심의 제품은 사랑받지 못한다.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 제품은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글..

인사이트 일기 2021.05.24

성공에 대한 단상

1. 한 번 성공한다고 평생 성공한 것도 아니고 한 번 실패한다고 평생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2. 성공이 온전히 내 실력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고 실패가 무조건 내 잘못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다. 3. 언제 올 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항상 칼을 갈고 닦는다. 주어진 기회는 어떻게든 잡아내 성공으로 만들고 찾아온 성공에 그저 감사할 뿐, 집착하지 않는다. 언제 떠나갈 지 모르기에 다시 칼을 간다. 4.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다만 그것이 기회인지 아닌지 분간하지 못하고 발로 차 버리는 게 문제다. 기회랍시고 찾아오는 방해꾼들도 분명히 있다. 사리분간을 잘해야 그것이 기회인지 사기인지 판별할 수 있다.

인사이트 일기 2021.05.22

이 영상을 매일 100번이나 재생할 수밖에 없던 이유

요즘 매일같이 듣는 노래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매일같이 보는 영상이 있다. 릴러말즈- 야망(힙플쇼 라이브 무대) 내가 아는 릴러말즈는 쇼미 때 잠깐 나와서 슈퍼비랑 맞짱 뜨다가 스르륵 가라앉은 친구 정도였다. 그 이후로 , 같이 어느 정도 유명한 노래 들으면서 오~ 좋은데? 정도였다. 진짜 몰랐다. 이렇게 말도 안되게 멋진 사람인줄. 지인 분이 추천해준 글을 통해 위 영상을 접했다. 이때만 해도 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던 터라 오 노래 좋네~하며 들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난 뒤, 그가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얘기를 꺼냈다. "나 갑자기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생각난 건데, 여기 힙플쇼 무대 처음으로 섰던 게 딱 1년 전이거든요. 근데 그때는 제 메인 무대가 아니었어요. Quiett 형 무대에 시크..

인사이트 일기 2021.05.21

정년퇴임한 판사가 물리학부에 입학한 이야기

한동안 중심을 찾은 것 같더니 다시금 조바심을 내는 게 느껴진다. 오늘 교수님과 상담을 하던 중이었다. 연구 분야와 관련해 고민이 있어 질문을 드리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 교수님이 더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내게는 그 연구 주제가 아니라 박사 진학과 창업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게 본질이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애들이 공부를 많이 하다보면 인생에서도 똑같이 대하려 해. 자꾸 정답을 찾으려 하는 거야. 고속도로로 갈 수도 있고 국도로 갈 수도 있잖아. 근데 국도로 가면서 고속도로가 정답이 아닐까 갈등하는 거지. 갈등이 돼? 그러면 해보면 돼. 어차피 정답이 없다니까? 우리들이 보통 가지게 되는 선택지를 보자고. 직장인이 있어. 연구원도 있지. 교수도 있네? 창업도..

인사이트 일기 2021.05.20

부채도 자산이다

자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자본과 부채. 회계에서 자본은 내(=주주) 돈, 부채는 남(=채권자) 돈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에서는 이를 다르게 말한다. "자본은 돈을 벌어다 준다. 부채는 돈을 빼간다." 차를 샀다. 이건 자본일까 부채일까? 차는 감가상각이 큰 대표적인 자산이다. 새 차를 구입하고 4년이 지나면 원래 가치의 60%가 떨어져 있다. 유지비까지 감안하면 암만 주머니를 꽁꽁 싸매도 돈이 안 나갈래야 안 나갈 수가 없다. 책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부채다. 그런데 차를 사서 전국 팔도로 영업을 다녔다고 하자. 이 차 덕분에 매년 투자금 대비 300% 수익을 낸다면 어떻게 될까? 주머니에 돈이 빠져나갔지만 이를 활용해 더 큰 돈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부채를 레버리지로 잘 활용하면 결과적으로 ..

인사이트 일기 2021.05.16

엄친아한테 늘 질 수밖에 없는 이유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짓이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보며 좌절하는 행위다. 당장이야 부러움, 시기, 질투따위 감정이 일어난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인간이면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해석을 이상하게 하기 시작한다. 누구는 "내가 병신이라 그래ㅠㅠ"라며 자기 비하를 시전한다. 다른 사람은 "저 인간 저거는 지 성과 낼 줄만 알지 다른 건 신경 하나 못쓰지"라며 상대방을 까내린다. 엄친아가 늘 우리를 이기는 이유는 그 사람이 가장 잘하는 것과 비교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맥락을 알지 못한다. 이건 마치 scv와 배틀크루저의 공격력 수치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대체 왜 좌절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이래저래 대답하겠지만 필요 없는 말이다. 그들이 실제로 더 ..

인사이트 일기 2021.05.15

전문가는 허상이다

조교 일로 성적을 산출하는데 인공지능을 적용해보라는 교수님 말씀에 어찌어찌 공부해서 해결했다. 시작 전만 해도 쫄았다. “하, 이걸 또 어떻게 하나..” 오늘 밤까지 해결해야 했어서 더 문제였다. 다행히 간단한 수준이라 잘 마무리했다. 연구도 이런 식이다. 큰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 자잘한 문제들이 펼쳐져 있다. 문제는 어떤 문제가 도사릴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걸 풀다 보면 뜬금없이 저걸 풀어야 한다. 때로는 원래 하던 것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건드릴 때도 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20대부터 전문성을 갖춘다거나 그를 추구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연구를 본업으로 삼다 보니 박사과정에 계신 분들을 많이 본다. 박사라 하면 굉장한 지식과 실력을 겸비한 ..

인사이트 일기 20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