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 상반기는 밤샐 일이 많아서 해가 뜨고서야 퇴근하는 빈도가 잦았다. 집에 가는 길이면 늘 갸우뚱하게 만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왜 해가 질 즈음과 동이 틀 즈음의 분위기는 다를까?"였다. 사실 시간만 반대일 뿐이지, 다른 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 길에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의 대수, 혹은 문을 연 상점 수의 차이 정도가 있겠지만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건 하늘이었기 때문에 - 이렇게까지 차이가 크게 날까? 싶었다. 그저 감성의 차이인가 싶기도 했고. 얼마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운동하러 가는 길에 해가 지는 반대 방향의 하늘을 보면서 똑같은 생각에 잠기던 중, 미처 생각지 못했던 큰 변수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이 달랐구나." 다른 건 같았을지언정 빛의 방향이 달랐다. 마치 대단한 걸 깨닫기라도 한 것 마냥 전율이 일었다.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를 풀었을 때의 희열감이 느껴졌다.
2. 요즘 들어 AI를 조금씩 계속 공부하고 있다. 텐서플로 2. x 버전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이전 버전과 달리 지금 버전에서는 파이썬에 있는 데코레이터라는 기능을 많이 활용한다는 걸 알게 됐다. 문제는 이 데코레이터라는 게 감이 오지 않았다. 뭔가를 덧씌운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쓴다는 거지? 구글링해서 검색해보다가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니 던져버렸다. 그런데 저 문제를 풀었던 날, 갑자기 데코레이터를 공부하다 던져둔 게 생각났다. 그날 집에 가서 "파이썬 데코레이터 예제"를 검색해 코드를 계속 따라쳤다. 이제 좀 알겠더라.
3. 뭘 모르는지 모르는 게 가장 기본적인 상태다. 그러다 뭘 모르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이때가 가장 역치가 높을 때이다. 모르는 것을 공부해 아는 것으로 만드는 게 뭘 모르는지 아는 것보다 훨씬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연습하고 노력하고 반복하면 비로소 "잘하는" 것으로 바뀐다. 결국, 잘한다는 건, 뭘 모르는지 모르는 것에서 뭘 모르는지 아는 것으로, 그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반복할 때 이것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서 가지는 상태(state)이다. 얼마 전에 친한 형이 진짜 탁월하게 잘하고 싶다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뭘 잘한다는 거지? 잘한다는 건 뭐지? 이제는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4.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나면 던져버리는 일이 많았다. 조금, 몇 번 시도해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에라이, 하고. 요즘은 바꾸고 있다. 당장 풀리지 않더라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서, 오늘 안 풀리면 내일, 모레, 그다음에도 계속. 의문이 있으면 절대 그냥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못하거나 실패한 게 있으면 좌절하지 않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끝까지 파고들기로 했다. 정말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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