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일기 33

꼴리는 대로 살아도 아무 문제 없는 이유

모든 학문은 저마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다. 재료공학에서 배운 의미 있던 과목 중 하나는 열역학이었다. 아래 도표 하나에 인간이 담겨있다. 우리의 의사결정은 매 순간 선택으로 이뤄져 있다. 밥을 먹을까 아니면 잠을 잘까 등의 일상부터 이 직업을 택할까 혹은 이 회사를 택할까 등의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까지.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내릴까? 인간의 선택은 열역학 법칙을 따른다. 물리적으로 안정하다는 말은 곧 자유에너지가 낮다는 뜻이다. 에너지와 엔트로피가 동적 평형인 지점이다.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게 맞는 표현이다. 돈은 안정을 준다. 명예는 안정을 준다. 어제보다 더 성장한 내 모습은 안정을 준다. 사소한 행복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인사이트 일기 2021.04.17

윈도우 25년차 유저의 맥북 3일 사용기

이번에 새로 나온 맥북 에어 M1을 샀다. 새로 나왔다고 말하기도 뭣한 게 출시한 지 6개월이 넘었다. 그간 고민을 거듭했다. 이유는 많았다. 지금 필요한 게 맞는지, 지금 수준에 너무 비싼 건 아닌지. 무엇보다 새로운 운영체제에 적응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작 3일밖에 쓰지 않았는데도 신세계 그 자체”다. 아이패드를 처음 쓸 때도 이렇게나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미국에서는 PC와 맥을 아예 다른 기기로 분류한다고 하던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교훈도 덤으로 같이 왔다. 첫째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다”다. 맥을 사기 전부터 사게 되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불편할지 빠삭하게 알아봤다. 대강 감이 왔지만, 막상 써보니 실제 경험..

인사이트 일기 2021.04.16

스토리텔링의 함정

갈수록 이야기가 넘쳐난다. 뉴스는 하루도 쉴 새 없이 정보를 쏟아내기 바쁘고,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들은 늘 예측을 멈추지 않는다. 내일은 이렇게 될 거고, 모레는 저렇게 될 것이다. 1년 뒤에도 어쩌고, 5년 뒤에도 저쩌고. 저마다 자신만의 논리로 세상을 해석한다. 확증 편향 때문이다. 확증 편향은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판단하려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오류다. 우리는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닌 믿는 것으로부터 본다. 똑같은 그림을 봐도 누구는 배경을 보고 누구는 인물을 본다. 같은 그림에서도 누구는 종교적 영감을 얻고 누구는 아무 감흥도 없이 다음 그림으로 돌아선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기 때문이다. 거기에 말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이런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 "비너스에 팔이 ..

인사이트 일기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