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의 저자 미노와 고스케가 일하는 방식
월 7000만원. 앞에 년이 붙어도 많은 액수인데 한달에 버는 돈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해냈다. 대체 그는 누구이며, 무슨 일로 그만한 수입을 만지는 걸까?
<미치지 않고서야>의 저자, 미노와 고스케는 일본의 출판사 겐토샤에서 일하는 편집자이다. 친구 중에 출판사 취업을 준비하는 이가 있어 들은 적이 있다. 박봉의 급여. 사회에 많은 것을 기여하는 숭고한 직업이지만 돈 하나만 놓고 보면 그리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다. 일본은 출판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낫긴 하다. 직원의 급여 역시 이보다는 나을테다. 암만 그래도 7000이라니. 이건 거의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 수익이 직장에서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아니다. 외부에서 따로 진행하는 컨설팅에서, 혹은 강연에서, 결정적으로 자신이 만든 유료 커뮤니티에 가입한 사람들이 내는 비용에서.
대체 그 비결이 무엇일까?
1. 본업의 연장선에서 부업을 찾아라
본업인 회사에서 성과를 내고 이름을 드높인 뒤, 그 이름을 바탕으로 일을 의뢰받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안다. 자신의 실력이 2배가 된다고 해서 월급 역시 2배가 되지 않는 것을. 아니, 애초에 내 실력이 지난 날의 나보다 2배인지 2.52배인지 정확히 측정부터 할 수 있나?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는 말한다. 성과는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며, 이것이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나은 성과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가 고개를 기웃한다. 직장은 평생 나를 책임져주지 않고, 내 실력에 걸맞는 월급을 받는 것부터 쉽지 않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돈을 벌 수 있는 또다른 일이다. 주말에 대리운전을 하건,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건. 심신은 계속해서 지쳐가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없다. 혹은 그냥 포기하거나.
그런데 이 사람은 달랐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라는 직장의 한계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그 시작은, 편집자로 쌓은 실적을 팔아 웹미디어에 기사를 제공하면서였다. 이후로 편집자 양성 강좌를 열고, 자신의 SNS에서 상품 기획 의뢰를 받기 시작하는 등 본업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영역을 확장하자 수입이 폭등했다.
그렇게 그는 회사의 이름을 등에 업고 이름을 알렸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반대로 수익이 20배나 증가했다고 그의 실력이 20배나 증가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2. 커뮤니티를 만들어라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모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의 행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을 주축으로 하는 유료 커뮤니티인 "온라인 살롱"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열 명 안팎으로 신청하던 것이 어느새 1300여 명의 회원이 매달 5만 원의 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대체 그 많은 사람들은 왜 돈을 내고서 그 커뮤니티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일까? 단순히 그 편집자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밖에서 이를 보던 수많은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찼다. 저게 종교가 아니면 무엇이냐 하며.
그런데 속사정은 전혀 달랐다. 그의 커뮤니티가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여기는 "직책"을 파는 회사였다. 우리가 회사를 들어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수익을 벌어 생계를 보장받기 위한다는 의식주 해결부터 나아가 회사라는 거대한 조직을 등에 업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큰일을 경험해볼 수 있다. 작게는 수십 명부터 많게는 수백, 수천의 사람을 이끌기까지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회사는 이들을 전부 수용할 수 없다. 이름값이 높을 수록 더더욱.
뭔가를 해보고 싶지만, 자아를 실현할 환경을 갖지 못한 이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한달에 5만원만 내면, 나는 더이상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미노와 편집실의 직원이 된다. 그리고 편집장의 전두지휘 아래 혼자서는 해볼 수 없던 일을 경험한다. 이렇게 실력이 쌓이고 연차가 쌓이면 그것이 포트폴리오가 된다. 회사에 취직하지 않고도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이들은 단순히 교육받는 게 아니다. 미노와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스스로 작업물을 만든다. 피드백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참여하는 이들에게 의미를 준다.
두 번째, 그러면 이 집단에는 취준생만 모여있나? 그렇지도 않다. 그와 함께하면 모든 일이 재밌다고 느끼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지갑을 열게 한다. 새로운 기술을 좋아하며 어떤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하는,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이 모인다. 서로 교류하면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세상 밖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말이 통하는 쾌감을 여기서 얻는다. 미노와는 그저 그들이 지저귈 수 있는 공간만을 제공할 뿐이다.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3. 브랜딩하라
1번과 2번이 이루어지기 위한 근본이 여기에 있다. 자신을 브랜딩해야 한다. 브랜딩이란 무엇인가? 내가 멘토로 삼고 있는 사업가 분께서는 "기억되는"이라 정의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꿈을 갖고 사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나 자신을 뾰족하게 다듬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선명한 흔적을 남겨야 한다. 가치관이 명확하고 그게 사람들에게 꽂히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어 있다. 내가 행하는, 파는, 사는 그 모든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되 이를 언어화해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계속해서 쓰면 결국 그 안에 내가 보인다. 그게 "창업을 꿈꾸는 대학원생"일수도, 혹은 "주체적인 삶을 파는 마케터"이기도 하다. 무엇이 됐건, 계속 드러내야 한다. 이왕이면 명확하게.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우선 본업에 충실하라"였다. 지금의 나는, 이것저것 굉장히 많은 일을 벌리고 있다.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지만 정작 본업에서 큰 임팩트를 낳지 못하고 있다. 내 본업은 연구다. 세상에 없던 문제를 찾거나, 혹은 기존에 존재하던 문제를 해결하는 일. 이를 위해 문제를 설정하고 가설을 세워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일. 이로부터 논문으로 성과를 발표하고 특허, 기술이전, 혹은 창업으로 세상에 직접 기여한다.
분야를 새로 틀건, 확장을 하건, 혹은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 연구를 계속하는 등 앞으로 여러 선택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 지금 본업에서 확실한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연구실 의자에 앉아있는 행위에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
업계를 가로막던 장벽이 허물어지는 시대에 하나의 일에 속박되지 않고 다양한 일에 손대어보는 힘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하나의 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
적어도 지금 이곳에서 확실한 점을 찍어야겠다는 반성을 한다. 7000만원을 버는 스웩보다 더 중요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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