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넷플릭스에 규칙이 없는 세 가지 이유

Woonys 2021. 5. 1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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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문화를 다룬 책 <규칙 없음>을 읽었다. 읽기 전부터 페북에 워낙 부정적인 서평이 많아 큰 기대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넷플릭스 문화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말한다.

 

  1. 최고 수준의 인재로 가득한 인재 밀도
  2. 부정적인 피드백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솔직한 문화
  3. 어떤 의사결정도 승인받을 필요 없는 통제의 제거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최고의 인재만 모아놓고 조금이라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자른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넷플릭스 문화가 스포츠팀에 가깝다 평하는 것만 봐도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문화는 저 세 가지가 핵심이 아니다. 저것들은 그저 표면에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핵심은 그 기저에 자리한 고민에 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서문에서 리드 헤이스팅스의 이야기를 다시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리드가 처음으로 창업한 회사는 사실 넷플릭스가 아니었다. <퓨어 소프트웨어>가 그것이었는데, 이 회사 역시 처음에는 자유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런데 차츰 몸집을 키워나가면서 규정과 통제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는 혁신과 성장에 걸림돌이 되었다.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사에 회사를 매각한 뒤 리드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실수 방지책이나 규정을 고수하는 대신, 유연성과 자유와 혁신을 장려하기로 했다. (...) 여러 해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진화를 거듭한 끝에,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규칙 없음>

 

책에서는 유난히 “실험”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리드가 회사를 시작하면서부터 했던 고민이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는 최적화 과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실험 문화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다. 야후가 넷플릭스 문화를 도입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고꾸라진 것도 마찬가지다. 창업자의 근본적인 고민과 가설, 이를 검증하는 일련의 실험 없이 현상만을 도입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책을 읽고 넷플릭스의 세 가지 문화를 도입하려 하거나 이 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깎아내리려 한다면 그건 이 책을 똑바로 읽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 근본적인 철학은 고민을 현실로 옮기는 실험 문화였으며 나올 수 있던 수만 가지 가능성 중의 하나로 넷플릭스 컬쳐 데크가 나왔을 뿐이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새삼 연구를 첫 커리어로 설정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상에 집착하지 않고 그 너머의 맥락과 근본을 고민하는 근력이 훨씬 중요함을 이 책을 보며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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