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나는 관리자 한 명이 6개월 넘게 부하 직원들과 면담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 관리자들을 직접 불러다 놓고 교육까지 시켰는데. CEO의 권위가 고작 이 정도밖에 안되는 것이었나?
3.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해야 할 일'을 지시하기만 했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 적이 별로 없었다. 사장의 권위만으로는 그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없는 것이었다.
4. 이 사태는 무엇보다 직원 면담의 중요성을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한 내 불찰이었다. 나는 왜 바쁜 관리자들을 불러 모아서 교육이란 걸 시킨 걸까? 왜 굳이 직원들과 일일이 면담을 하라고 지시한 것일까?
5. 생각이 명료하게 정리되자, 나는 곧장 그 관리자의 상사를 내 사무실로 불렀다.
6. "내가 오늘 회사에 출근한 이유가 뭔지 압니까? 그저 돈이나 벌 요량이라면 당장 회사를 팔아 치워서 어마어마한 돈을 챙기면 그만일 텐데."
7. "나에겐 옵스웨어가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이 개인적으로 몹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는 직원들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나에겐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출근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겁니다."
8. "일하기 좋은 직장과 싫은 직장의 차이가 뭔지 압니까? 좋은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또 맡은 일을 잘 완수해 내면 회사 차원에서나 개인적으로나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는 확신을 가집니다. 그런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 한마디로 일할 맛이 나지요. 일을 통해 능력을 한껏 발휘함으로써 회사와 자기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 그런 믿음을 직원 모두가 갖고 매일 아침 출근합니다. 이런 조직의 구성원들은 일을 통해 동기를 부여받고 뿌듯한 성취감도 느낍니다."
9. "나쁜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조직 내의 권한을 놓고 싸우거나 망가진 프로세스와 싸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맡은 임무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일을 잘해 냈는지 어쩐지도 판단할 길이 없지요. 설령 오랜 시간을 들여 맡은 일을 완료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회사 차원이나 자신의 경력 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모릅니다."
10. "설상가상으로, 직원들이 용기를 내서 경영진을 찾아가 자기 부서의 문제점을 밝히거나 불만을 토로하면 경영진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아요. 그저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고 문제는 무시해버리는 겁니다."
11. "당신 밑에 있는 관리자인 팀이 6개월간 부하직원 그 누구와도 면담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죠? 그로서는 이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어떤지 알 길이 없다는 얘깁니다. 그걸 판단하려면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그 사람은 그러려고 하지를 않으니까요."
12. "만일 팀이 내일까지 모든 부하 직원과 면담을 마치지 못하면 나로서는 팀은 물론이고 상관인 당신도 해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까?"
- <하드씽> 중에서
조직이 커지면서 사장이 하던 역할은 하나둘씩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간다. 제품을 제작하는 것도, 선행 기술을 연구하는 것도, 세일즈와 마케팅은 물론이요 나아가 인수 합병은 외부 전문가까지 모셔와야 한다. 사장에게 남은 역할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 모든 의사결정의 뒤에는 사장이 존재한다. 제품을 만드는 것도, 직원을 관리하지도 않지만, 그 모든 곳에 필요한 사람을 데려오고 역할을 위임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하나다.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몰입해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감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는 것. 돈 벌려고 했으면 애진작에 회사를 팔았으면 될 일이다.
내가 어떤 역할인지 고심이 들 때가 있다. 기술도 아니요, 그렇다고 적절한 사람과 기회를 잘 데려오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회의 때면 제대로 말하기는커녕 알아듣고 있는 것인지도 두렵다. 하지만 억지로 나서서 뭔가 하려 든다면 그 순간 우리 조직의 성장 가능성의 상한은 나로 한정된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내가 상한을 그어버리는 멍청한 짓이라니.
우리 조직의 목표는 내가 똑똑함을 입증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외부로는 세상에 혁신을 가져다주고, 내부로는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맞게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걸 한마디로 하면 "좋은 회사"다. 좋은 회사를 꾸리고 싶은 거지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 게 아님을 늘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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