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창업가가 될 수 있는 걸까?”
창업에 관심을 두고 나서부터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이었다. 위대한 사람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그런 성향을 내재하고서 태어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건 최근에서였다. 창업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하는 것이다. 이 말장난 같은 차이에 본질이 담겨있다. 창업가는 되는 게 아니다. 문제를 찾고 고뇌하며 해결하고 개선하는 실천 없이는 다가갈 수 없다.
아침마다 팀원들과 조찬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끊임없이 문제를 찾고 토론하고 실행한다. 하지만 어디 쉬운 게 하나 없다.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우리는 또 왜 이리 부족하게만 느껴지는지.
얼마 전에 읽은 권도균 대표님의 글에서 위안을 받았다. 지금 헤매고 있는 이 경험이 엄청나게 큰 자산이라는 걸 깨달았다. 저번에는 A라는 아이템으로 A’ 단계 수준에서 접었다. 한동안 좌절하지만, 다시 일어난다. 왜 A’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는지를 공유한 뒤 B를 시도한다. B에서도 A와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지만, 그때의 실패 덕분에 어떻게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안다. 이렇게 꾸준히 시도하고 개선하면 분명 접점을 만날 수 있다.
이럴 때나 전문성이 발휘된다. 물질의 상(phase)이 변화하려면 가장 먼저 핵생성(nucleation)이 일어나야 한다. 물을 얼린다고 해보자. 매우 작은 얼음 알갱이가 생겨야 그다음 알갱이 영역이 커지면서 전체가 얼음으로 뒤바뀐다. 이 핵생성이라는 건 특정 임계 온도 혹은 압력을 넘어서기 전까지, 외부 조건이 달성되지 않으면 애초에 이뤄질 수가 없다.
그러면 물 알갱이는 그 온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냐? 그렇지 않다.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뭉치기를 시도한다. 조금 뭉쳤다 싶으면 에너지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번번이 흩어질 뿐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의지가 있어서 스스로 움직이기를 포기한다고 생각해보자. 어느 시점에서 온도가 낮아지는 타이밍이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얼음이 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 알갱이는 곧 실천이다. 계속해서 시도한다면, 타이밍이 찾아왔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얼마 전에 다 같이 구호를 정했다. “실천만이 답이다. 될 대로 돼라.” 그 어떤 것도 핑계고 움직이지 않으려는 관성의 다른 표현이다. 어떤 사람이 창업가가 되는지를 생각할 시간에 고객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진심만이 세상을 빛내는 창업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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