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일기

정년퇴임한 판사가 물리학부에 입학한 이야기

Woonys 2021. 5. 20. 23:55
반응형

한동안 중심을 찾은 것 같더니 다시금 조바심을 내는 게 느껴진다. 오늘 교수님과 상담을 하던 중이었다. 연구 분야와 관련해 고민이 있어 질문을 드리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 교수님이 더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내게는 그 연구 주제가 아니라 박사 진학과 창업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게 본질이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애들이 공부를 많이 하다보면 인생에서도 똑같이 대하려 해. 자꾸 정답을 찾으려 하는 거야. 고속도로로 갈 수도 있고 국도로 갈 수도 있잖아. 근데 국도로 가면서 고속도로가 정답이 아닐까 갈등하는 거지. 갈등이 돼? 그러면 해보면 돼. 어차피 정답이 없다니까?

 

우리들이 보통 가지게 되는 선택지를 보자고. 직장인이 있어. 연구원도 있지. 교수도 있네? 창업도 있고. 누구는 1->2->3->4로 가는 게 정석이라 얘기해. 또 누구는 4->3->2->1이 정석이라 얘기하기도 하지. 혹자는 하나만 하기도 벅차다 그래. 정답이 있을까? 루트에는 없지. 근데 이건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어. 교수도, 연구원도, 직장인도, 창업도. 나를 봐라. 다했잖아 (웃음). 정답이 뭔지 모르겠으면 하나씩 해보면 돼. 싹 다 할 수 있어. 순서에 상관없이. 시간만 많으면.

 

그럼 여기서 사람들이 웃는다? 그렇게 따지면 못할 게 뭐가 있냐고. 그래. 바로 그거야. 못할 게 없어. 정년퇴임한 판사가 60에 물리학 학부에 입학했대. 어떻게 됐을까? 70대 중반이 되어서 박사를 받았댄다. 불가능한 건 없어. 근데 뭐야? 조바심을 내는 거지. 왜 젊었을 때 성공해야 하지? 일찍 해야 하지? 그런 건 아무도 정하지 않았는걸. 세상에서 그런 걸 자꾸 이야기하잖아.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들도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얘기하는 걸까? 글쎄. 그들도 주워 들은 거를 자기 것 마냥 얘기하는 것 뿐이야.

 

 

네 결정은 세상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지금 네 앞에 있는 나조차도 네 결정에 왈가왈부할 수 없지. 그러니 그걸 꼭 명심해. 아무도 네 선택에 간섭할 수 없다고. 이게 힘들어. 고단해. 내 결정을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건 정말 부담되지. 그러다보니 정답을 찾으려 하게 되는 거고.

 

재운아. 틀려도 돼. 망해도 돼. 더 많이 틀릴수록, 더 많이 부담을 질수록 배우고 성장하는 거야. 인생이라는 게 그래. 아무도 네게 간섭할 수 없으니, 네가 원하는 게 뭔지를 정확하게 알고 그걸 좇아라.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나한테 물을 게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 물어야지. 그렇지 않겠니?”

 

사실 결정은 이미 내렸다. 결정을 선포하고 나니 되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불안해했던 게 원인이었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모든 건 기회비용이다. 코스트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만, 한 가지 더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사람은 못할 게 없다. 다만 그 코스트를 이겨낼 마음이 없어 이겨내지 않기로 선택할 뿐이다. 모든 건 목적론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