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사관학교 개발일지

SW정글사관학교 3기 합격 후기!

Woonys 2021. 10. 17.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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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ro

지난 8월 말, 1년간 운영해왔던 창업팀에서 나오기로 했다. 정말 많이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렸지만, 막상 저 말을 하기까지도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만두게 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진정성과 전문성이었다. AI 딥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한다는 대표가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그 수준이 최소한 고객의 눈높이와는 동등했어야 했는데 우리의 고객은 산업계 경험이 있는 AI 엔지니어다 보니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배우면 된다는 마인드는 오히려 프로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학으로 석사까지 전공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창업팀을 나오겠다고 다짐하면서, 다음 커리어에서는 디지털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키우는 쪽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후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또다시 이런 식의 쓴맛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개발자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 문득 정글사관학교가 생각났다.

 

정글사관학교는 이전부터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곳이었다. 사실 3년 전쯤, 학부 시절 때도 개발을 제대로 몰입해서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신소재공학 공부는 잘하고 있었던 데다 새로 도전했을 때 충분히 기대치가 나올지도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현업에서 써먹을 수 있는 개발자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는 여타 부트캠프에 참여하는 건 돈 낭비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글은 달랐다. 현업에 쓰는 실전 지식을 겸비할 수 있으면서도 CS 코어 과목을 몰입해서 배울 수 있다는 건 다른 어느 캠프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차별점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하는 것도 좋았다. 심지어 장병규 의장님이라는 레퍼런스까지 더하면 말 다했다. 문제는 1기는 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여서, 2기는 창업팀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다는 점이다.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어떤 것에도 얽매어있지 않은 지금만큼 정글에 지원하기 좋을 때가 없었다.

 

당장 홈페이지를 뒤졌을 때는 2기가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계산해보면 정글은 프로그램 기간이 5개월이므로 2기가 6월에 시작했으니 3기가 시작하기까지는 최소 5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 기수가 끝나고 다음 기수가 열리기까지 준비 기간 등을 생각하면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당시 3기를 모집한다는 기간이 구체적으로 공지되어있지 않았다. 정글 문의 메일로 3기가 언제 모집하는지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3기 모집은 8월 30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아자!!!! 진짜 이때 엄청 쾌재를 불렀다. 메일을 보냈을 당시가 공고가 열리기 일주일 전이었으니, 지원하기까지 여유는 충분했다. 그렇게 공고가 열렸던 30일 첫날, 바로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 서류 지원

서류는 60초짜리 자기소개 영상 업로드와 자기소개서 작성이 있다. 역대 지원자들 후기를 보니 자기소개서는 금방 쓰는데 영상 찍는 데서 골머리를 싸맸다는 얘기가 많았다. 영상에 자신 있는 편이라 후딱 하고 끝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자기소개서는 모집 공고가 올라온 그 날 다 작성했지만, 영상은 계속 미루고 미루게 되더라. 결국 마감 전전날에서야 부랴부랴 영상을 찍고 마무리했다. 자기소개서의 경우, 질문 자체는 평이했지만 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지점에서 개발자로 전향하게 됐는지를 세세하게 물어본다.

 

뒤에 면접 후기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정글에서 요구하는 건 딱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공계적 사고다. 상식적으로 5개월 안에 전산학과 4년 치의 모든 과목을 습득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4년 치 전체 과목 중 코어 과목은 대부분 3~4학년 때 배운다. 교양마저도 제외하면 사실상 몇 과목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걸 배우기까지 쌓아야 할 선행 지식의 양이다. 이공계 학문은 누적 학습 기반이기 때문에 앞 과목을 배우지 않으면 뒷 내용을 이해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경험적으로 깨달은 사례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누나 방에 있던 수학의 정석 수1을 펼쳐 든 적이 있었다. 지금도 생생한데, 그때 처음 로그라는 것을 봤던 기억이 있다. 문제는, 그 의미가 도통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던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수에 대한 개념도 잘 이해를 못했던 초등학생 때였으니까. 로그 자체는 어려울 게 전혀 없는 개념인데도 어렸을 적 내게는 외계어에 가까웠다.

 

코어 과목인 자료구조, 알고리즘, 운영체제, 네트워크 등을 배우기에 앞서 배워야 할 선대, 미적, 벡터, 이산수학 등 기본적인 공학 수학의 개념을 쌓지 않으면 뒷부분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건 어느 공대 학문이나 마찬가지다. 반대로, 기본적인 공학 수학의 개념을 익혔다면 그 이후에는 4년까지 걸리지 않고도 핵심 지식을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정글에서 비전공이되 공학 학사를 졸업한 사람 혹은 그와 동등한 수준을 선발 기준으로 삼는 이유이다.

 

자신이 공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공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기초 토대를 쌓을 수 있는 능력, 그러니까 논리적 사고를 더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개꿀! 이냐면,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어느 공대생이건 다 지원하면 합격일까. 공대를 나왔어도 공학적 사고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비 공학 전공과 비슷한 취급을 받을 것이다. 면접에서는 이를 매우 깐깐하게 물어보니 단단히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두 번째는 절실함, 몰입, 끈기이다. 5개월간 주6일 100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어디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합숙하면서 때려 박아야 하는 고된 기간이다. 그만큼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여길 와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역시 치밀하게 검증한다. 그 외에도 협동심, 호기심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가져야 자질을 다각도에서 검증하는 문항이 있었다.

 

3. 코딩 테스트

하..코테만 생각하면 따로 한 페이지 글을 쓸 정도로 할 말이 많은데, 최대한 핵심만 얘기해보겠다.

 

서류도 면접도 자신있었지만 유일하게 자신없던 과정이었다. 학부 때부터 시험 본다고 하면 강의노트부터 시작해서 교수님이 지정해주신 교재, 그것도 모자라 부교재까지 싹다 보고 연습문제를 다 풀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대학원 와서는 시험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으니 설렁설렁 공부했는데, 오랜만에 옛날 근성이 발동했다. 공고가 뜨기 전부터 정글 관련 후기를 모두 찾아보면서 뭘 공부해야 할지 리스트업해보니 아래와 관련된 키워드가 나왔다. 가장 쉽게 공부를 접할 수 있던 곳이 생활코딩이었기에 이것부터 파봤다.

 

**당시 들었던 강의(링크): HTML / CSS / JavaScript / 파이썬 웹개발

 

다 듣고 나니 서류 마감까지 일주일 남았다. 학습자료는 일주일이 지나야 제공해주는데 뭘 더 공부하면 좋을지 몰라 불안했다. 더 들을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정글을 주최하는 곳이 스파르타코딩클럽이니까 스파르타 강의를 들으면 되겠는데...?

미리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스파르타코딩클럽 웹개발 종합반 강의를 학습자료 제공일 일주일 전에 끊어버렸다. 8주짜리 강의였지만 실제로 수업을 듣는 건 5주였고 강의 내용을 보니 생활코딩에서 이미 어느 정도 쌓은 지식이 있어서 빠르면 일주일 안에 다 들을 수 있겠다 싶었다. 9월 12일 일요일에 첫주차 강의를 시작한 나는 정확히 7일차인 9월 18일에 스파르타 종합반 수업을 다 들었다. 그러고 나니 정글 학습자료를 보다 여유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이 무조건 좋은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2주 안에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심지어 나는 그렇게 강의를 빡세게 듣고 공부했음에도 정작 시험에서는 제한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 하지만 악착같이 뭐라도 하나 더 공부하려는 마인드는 필요하다. 여기서 정글에 들어가고 싶은지 아닌지에 대한 절실함이 갈리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정글 선배님들이 입소 후에 쓴 후기글을 보면 하나같이 입소 전에 더 배우고 오지 못한 것에 대해 회한이 적혀있다. 이를 보고서 합격 이후에도 매일 알고리즘 한 문제씩 풀고 깃헙에 커밋을 하고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근데 진짜 그냥 자료만으로도 2주 안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양인데다가 스파르타코딩클럽 강의도 꽤나 비싼 편이니 부담되면 안 들어도 된다!)

 

그렇게 총 4주(1주: 생활코딩 / 1주: 스파르타코딩클럽 / 2주: 정글 학습자료)를 공부하고서 대망의 시험날이 밝았다. 10시 시험 시작이라 여유있게 8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 겸 점심으로 맥모닝 세트 두 개를 포장해 시험을 보러 갔다. 문제는 그날따라 맥도날드에 왜이리 사람이 많던지.. 패스트 푸드 맞냐고;;; 포장하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거의 9시 45분쯤 되었다. 부랴부랴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을 봤다.

 

와..자세한 내용을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시간 안에 풀 수 있는 문제다. 다만 특정 함수가 실행되지 않는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타 하나(소문자를 대문자로 써버린..) 때문이더라.. 진짜 개빡쳐서 맥북 부술 뻔했다..그날 제출 시간이 끝나고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미쳐 날뛸 지경이었다. 시험은 끝이 났지만 어떻게든 끝내고 싶어서 혼자 따로 계속 문제를 풀었다. 아예 시험이 끝나고 나니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지면서 뭐가 문제였는지 대번에 보이더라. 두 시간 정도 더 풀고 나서야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끝내 못 풀었다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붙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고 그 이후만 생각했는데 막상 시험을 말아먹으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어느 순간부터는 체념하게 됐다. 떨어지게 될 경우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그랬을 때 어떤 스텝을 밟으면 좋을지 고민했다. 주위 개발자 지인 분께도 조언을 구했다. 당시에 들었던 얘기는 "만약 떨어지게 되면 회사 인턴부터 준비해라"였다. 내 생각에도 그게 가장 차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글은 앞으로도 2-3개월 단위로 계속 오픈될 것으로 보이나 그때까지 마냥 놀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계속 공부를 하기에는 단기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했다. 그러기에 회사 인턴만한 것이 없었다. (인턴을 준비하려면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는 나중에 따로 글을 쓰도록 하겠다.)

 

3. 최종 면접

체념과 실낱같은 희망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던 중, 2차 테스트 통과 메일을 받았다. 합격의 기쁨보다는 여전히 걱정이 컸다. 후기를 섭렵해보니 문제를 덜 푼 사람에게도 면접 기회는 주어지나 끝내 최종면접에서 탈락한 케이스를 봤기 때문이다. 면접에서 역시 그 부분을 엄청 물고 늘어지면서 공격했다고 하니,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왜 못 풀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치밀하게 복습하고 공부했다. 그 외에는 자소서를 계속 보면서 왜 지원했으며 왜 내가 정글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지를 되뇌었다. 그런데 반쯤 체념한 상태였던지라 자소서는 딱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대망의 면접날, 마음을 가다듬고 면접에 임했다. 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역시나 빡센 질문이 오고갔다. 자소서 기반 질문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던 탓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질문이었음에도 어버버하며 대답했다. 속으로 진짜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문제 덜 푼 것을 지적하는 질문이 나왔다. 그거 하나 와다다다, 내가 이걸 놓쳤고 이래서 문제였으며 이걸 이렇게 풀어봤고 저렇게도 풀어봤다! 쏟아냈다. (피식 웃으시더라..ㅎ..) 그렇게 면접도 끝이 났다.

 

4. 합격

면접이 끝난 다음날인 일요일이었다. 쎄한 걱정 반, 혹시나 하는 기대 반으로 얼른 다음주가 오기만 기다렸다. 오후 네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무슨 느낌이 들어 메일함을 열어봤다. 엥? 메일이 와 있었다. 보니까 심지어 면접 본 당일 날 밤에 메일이 와있더라. 메일이 학교 메일이었어서 메일 알림이 오지 않아 미처 확인을 못했던 거였다. 열어보니

 

라고 메일이 와있더라. 어어어어어 하면서 바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세상에..붙었다니..붙었다니!!!!

창업팀을 나오기까지 부단히 고민하고 고뇌했던 지난 세월, 그리고 불안감 가득한 상황에서 정글을 준비하던 4주 간의 일정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사실상 이게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이니만큼 창업팀에서 겪었던 그 결핍을 잊지 않고 좋은 개발자로 성장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보겠다고 다짐한다.

 

2주 뒤면 시작이다! 아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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