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분기 회고

2022 상반기(H1) 회고

Woonys 2022. 7. 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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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H1) 회고

내 인생의 미션은 당연함을 깨부수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내가 만든 결과물은 사람들이 기존과 다르게 생각하거나 행동하게 하는 영감을 준다는 믿음이 있다. 항상 이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PD, 디자이너를 꿈꿀 때도, 대학원에서 연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부합한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실질적으로 상대방에게 가치를 주는 것을 확인할 때 행복감을 느꼈다. 가장 최근 커리어였던 창업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기인했다.

미션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이 IT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할 때임을 몸으로 깨달았다. 미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패션 디자인, 제조업(반도체, 배터리) 연구를 비롯해 창업할 때 타깃했던 IT 등 다양한 도메인을 경험했다. 그 중에서도 , 빠르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기획/개발, 다시 빠르게 피드백을 받는 사이클에 있을 때 가장 의미 있게 일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IT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여정은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더이상 나만의 일이 아닌, 책임져야 할 것들이 생기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무엇이 부족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꿈만 크다고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기본은 실력이었다. 이 분야에서 뚜렷하게 잘하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기존에 몸담았던 영역(ex. 신소재)에서의 스킬셋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잘 맞다고 느끼는 분야인 IT에서 활약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본질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PM/PO 또는 비즈니스 등 타깃할 수 있는 다양한 직군이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창업을 하면서 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로덕트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다. 도메인 지식은 앞으로 어떤 도메인을 타깃할 지 그 당시로서는 확정지을 수 없으나 소프트웨어 개발만큼은 뚜렷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이것이 개발자를 선택한 이유였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에 정글사관학교에 지원했다. 이후 쉼없이 달려오다보니 어느새 해가 바뀌고 상반기도 지나갔다. 이 시점에서 상반기를 회고해본다.

작년에 세웠던 상반기 OKR은 아래와 같다. 그때 당시에 비장한 각오로 적었던 것만 기억하지,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는데 오늘 회고를 위해 지난 번에 썼던 OKR을 확인해보니 소름돋게도 모든 KR을 달성했다.

Objective: 미션에 합치하는 커리어를 시작해 실력을 기르는 발판을 마련한다.

Key Result (100% 달성!)

  1. 정글사관학교 수료 & 블로그 TIL 남기기(Done)
  2. 개발자로 취업(Done)
  3. 돈을 버는 회사에서 커리어 시작하기(Done)

정글사관학교 수료: 5개월 간의 여정을 수료 & 블로그 기록과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

정글사관학교는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성공적으로 수료했다. 여기서 “수료”라는 말의 의미는 단순히 커리큘럼을 끝까지 완수해 수료증을 받았음만을 뜻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목표였던 “정글사관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을 블로그에 TIL로 기록하기”까지 완수했다. 다른 개발자들과 확연하게 차별화된다고 믿는 나만의 장점인 글쓰기와 꾸준함을 확실히 기록으로 남겼다. 이는 아래 다른 KR까지 달성하는데 확실히 좋은 결과로 남았다.

단순히 수료만 하는 건 정글에 합격한다면, 그리고 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낼 수 있다면 누구든 가능하다. 하지만 정글만 수료했다고 인생이 탄탄대로가 될까? 그럴 수도 없을 뿐더러 고작 그거 하나에 인생을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실력은 자기가 키우는 거지 후광이 키워주는 게 아니다. “카이스트 대학원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달아보니 이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 날 이렇게 소개할 때마다 늘 민망함이 앞섰다. 이 타이틀을 달 만큼 충분한 실력이 있나? 타이틀에 기대는 게 아니라 타이틀에 기여하고 있나? 이름값으로 예선은 통과할 지언정 본선은 오롯이 자기 몫이다.

그 힘든 커리큘럼 와중에서 죽어라 TIL을 썼던 이유다. 그냥 정글 수료생 말고, 압도적인 희소 가치를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까? 뛰어난 알고리즘 풀이, 혹은 개발 실력은 단기간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쓰는 거라면? 이제껏 밥먹고 쓴 게 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쓸 수 있고 편하게 쓸 수 있었다.

문제는 그 TIL이 개발자로 당장 직업을 구하고 나아가 성장하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였다. 글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이게 정말 도움이 되냐는 건데, 정글에 있으면서 협력사 설명회에 참석할 때마다 이걸 물어봤다. TIL이 중요한가요? 대답은 사람마다 달랐고 회사마다 달랐다. 생각보다 큰 의미 없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스스로 약속한 것인데. 그래도 계속 꾸준히 썼다.

결과적으로 TIL은 엄청 크게 도움이 됐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시니어 분께서 이력서를 보실 때 블로그만 보고 이미 반쯤은 합격 결정을 내렸다는 뉘앙스로 말해주신 게 생각난다. 사람마다 누구는 별 의미없다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 중에 TIL을 나보다 많이 쓰고 제대로 쓴 사람은 없다고 자부한다. 실력과 경험은 잘하고 풍부할 지언정 그것을 문서로 전달하는 능력은 또 다른 맥락이다. 아무리 개발자 개발자 해도 기본은 일하는 사람이다. 코드로 일하기 전에 문서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TIL은 계속 쓸 예정이다. 다만 예전처럼 매일 쓰되 매일 올리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노션에 개인적으로 TIL을 작성하되, 공유할 가치가 있는 글에 한해서 블로그에 업로드하고 있다.

 

지금도 매일 쓰는 TIL

 

개발자 취업: 백엔드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 성공 & 돈 버는 회사에서 커리어 시작하기

두번째 목표였던 개발자 취업 역시 지금 다니는 회사에 백엔드 개발자로 입사하면서 성공적으로 커리어 전환을 마쳤다. 나는 왜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했던 걸까? 위에도 간단히 적었지만, 핵심은 창업을 하면서 생긴 “진정성 있게 문제를 풀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문제에는 깊이 있게 접근했지만, 이제는 해낼 수 있는 실력이 필요했다. 남들은 믿지 않지만 나는 믿는 것을 찾고 싶었다. 전에는 할 수 없다고 느꼈던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었다.

한 도메인에서 깊게 파면 문제는 알아서 보인다. 보통 창업한답시고 브레인스토밍 해서 문제를 찾아보면 대개는 고만고만한 것들만 나온다. 그렇게 찾는 문제는 남들도 다 찾는 문제다. 레이어가 매우 얕다. 레이어가 깊은 문제를 발견하려면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해봐야만 한다. 이전 창업에서는 그걸 했기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아직 창업할 때가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예전에는 왜 직장을 다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젠 왜 회사를 가서 일을 배워야 하는지 깨달았다(관련해서 라포랩스 EO 영상이 이 내용을 잘 설명해준다). 그렇게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고, 정글 수료 후 빠른 시일 내에 지금 다니는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개발자를 선택할 당시 내 동기는 아래와 같았다.

  1. 의사결정의 기준 - Make something people want, need.
  2. 내재적인 동기
    •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싶다.
    • 빠른 실행과 피드백을 drive하는 곳.
    • 테크 기반. 변화를 창출하는 곳에서 일한다.
  3. 외재적인 동기
    • 실제로 경제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곳에서 일한다(사업이 돈을 벌고 있는가? 못 번다면 벌려고 하는가?)
    • 스톡/스톡옵션을 받아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길로 간다. (스타트업으로 가는 이유에 이게 없으면 안 된다. 그렇게 미친 듯이 일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스톡이다. 단순히 일적 성장뿐만 아니라 경제적 성장을 노리기 위해서 가는 곳이 스타트업이다. 주식을 받지 못할 것 같으면 굳이 스타트업할 것 없이 대기업 가는 게 맞다.)

지난 번 사업을 하면서 크게 배운 것 중 하나는 결국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 사용자들에게 아무리 사랑을 받아도 그 사랑을 이익으로 전환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지금 쓰고 있는 운동 앱도 정말 편리하고 좋지만 막상 프리미엄으로 결제할 생각은 1도 들지 않는다. 지불용의금액을 매길 수 있나? 그 금액이 이익을 낼만큼 충분히 합리적인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이다. 이게 진짜 말도 안되는 게, 당장 IT 기업들 중에서 영업이익 내고 있는 회사 진짜 손에 꼽는다고 확신한다. 우리 잘 아는 배민, 토스 다 돈 못 번다(영업이익이 적자). 다들 돈을 벌기보다는 돈을 태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이게 IT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력인 것은 맞다. 빠르게 지표를 만들고 사용자들이 락인한 제품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서서히 전환하기 시작했고 그 중 몇몇은 잘 안착하기도 했다. 정확히 작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 지표는 언제 끝날지 모를 하락세를 타고 있다. 벌써부터 하나 둘 도산하는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매출을 넘어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라면? 이 어려움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처음에 돈을 버는 회사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그 이유는 회사가 이익을 내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제 와 보니 불경기 속에서도 안전하게 주니어로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당시에는 잘하는 선택이 맞나 많이 고심했는데, 지금 와보니 이 회사에 온 게 정말 탁월한 선택 그 자체였다.

아쉬운 점

딱히 없다. 성공적인 상반기를 보냈다. 물론 정글 및 정글이 끝난 이후 취업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적은 많았다. 정글 과정이 끝나고 난 뒤, 난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온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살았다. 한창 취준할 때는 우수수 떨어지는 면접 결과를 보며 멘탈이 많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늘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 이상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더 받아들이고, 더 감내할 뿐이다.

하반기는?

현재 H1 회고에 이어 H2 OKR을 세우는 중에 있다. Objective는 완성했는데,

  1. 주니어 백엔드 개발자로 1인분 이상 해내기
  2. 개발자로서 신뢰 커뮤니티 구축하기

이 두 가지가 하반기 목표다. 기본은 실력이기에 개발자로서 역량을 기르는데 집중한다. 이를 더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사람들을 모을 계획이다. 세상에 개발자는 많지만 정말 열심히 사는 개발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개발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트렌드를 따라가기 급급해 억지로 공부하는 이들도 많다. 심지어 연차가 쌓이면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미 주변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더 열심히 살고 자극받고 싶은데 주위에 함께할 사람이 없다”고. 니즈는 이미 충분하다. 열심히 사는, 그러면서 정말 괜찮은 사람들밖에 없는 private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이다. 커리큘럼은 하반기(H2) OKR 글에서 어떻게 진행할지 올릴 예정! (혹시나 이 글을 보고 관심있는 주니어 개발자 / 개발자 지망생 분들이 있다면 wodns1324@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조만간 모집 글을 올릴 계획인데 미리 연락 주신 분들께는 먼저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은 [개발자 자기계발 커뮤니티 지원하고 싶습니다]로 보내주세요!) 큰 방향은 주간 회고 스터디와 개발 독서모임 스터디로 가볍게 스타트를 끊을 계획이다. 그럼 하반기도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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