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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대학원생의 학점 관리 꿀팁 (1) (feat. 매 학기 4.0 넘기는 비결)

Woonys 2020. 5. 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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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오고나니 학점에 대한 관심은 저 멀리 바다에 던져 버린지 오래다. 대학원에서는 딱히 학점을 챙겨야 할 동기가 없기도 할 뿐더러 (만약 전문연을 간다면 얘기가 달라지긴 한다.하지만 나는 군필이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연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부 시절의 나는 누구보다 학점에 목매던 학생이었다. 외부적 동기 (장학금을 타야한다는 집념)도 엄청 강했고 신소재공학과가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이해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렇게 전공 따위는 관심없었던 1학년을 제외하고 모든 학기 4.0을 넘겼다.

 

 

 

(막학기는 따로 저장을 해놓지 않았는데 교양만 들어서 4.5입니데이...)

 

 

그러면 여기서 야유가 터져나올 것이다. "너는 원래 공부 잘해서 그런 거 아니냐!" 그랬다면 애초에 이 글을 쓰지 않았겠지. 당장 1학년 때 내 학점은...여기까지만 말하겠다. (F 하나쯤은 다들 하나씩 있는 거 아니냐..)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머리가 좋은 사람은 아니다. 심지어 처음에는 누구보다 비효율적으로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복학 후 첫 학기였다. 3월 4주차에 첫 수업을 들었을 때다. 그 날 2단원을 끝나고 3단원을 나가더라. 그야말로 멘붕 그 자체였다. 첫 학기에는 매일같이 새벽까지 도서관에 남아서 공부했다. 4주차부터 그랬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새벽같이 공부한 덕분에 처음으로 4.0을 넘는 쾌거를 맛봤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 덕분이었다. 만약 여기서 깨달음이 없었다면 그냥 이렇게 적고 끝냈을 거다.

 

"4.0을 넘는 비결은 별 거 없습니다. 개강 첫 주차부터 도서관에서 12시간씩 공부하면 됩니다."

 

하지만 한 학기, 한 학기 거듭할수록 어떻게 해야 시간을 줄이면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 귀한 꿀팁을 후배들에게 꺼내려 한다. 모든 과에게 적용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공대라면 얼추 도움이 될 것이다.

 

1. 기본은 왜 학점을 따야 하는지에 대한 절실한 동기를 찾는 것이다.

'아니, 엄청난 비법을 알려줄 것처럼 얘기하더니?' 싶겠지만 이게 가장 먼저일 수밖에 없다. 내가 뒤이어 얘기해줄 모든 비법은 다 스스로 찾아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찾았냐? 학점을 따내야만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왜 학점을 따야 하는가? 취업을 위해서? 장학금을 타내기 위해?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 괜찮다. 뭐든 좋다. 이왕이면 시작은 외재적 동기로 출발해라. 외재적 동기란 밖에서 내게 부여하는 동기를 말한다. 예컨대 성적장학금 같은 케이스다. 학점 관리 글을 읽는 학생이라면 공부 자체가 하고 싶다거나 호기심이 많은 케이스는 아닐 확률이 높다. 그랬다면 이미 성적이 높을 테니까. 나 역시 그랬다. 그럴수록 다소 모호할 수 있는 내재적 동기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외재적 동기를 찾는 게 좋다.

 

내 경우는 장학금이었다. 집에서 학비를 전부 대줄 만큼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학비 얘기를 집에 꺼내는 게 너무 싫었다. 스트레스였다. 어떻게든 부담을 줄이고 싶었다. 이왕이면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 시작은 별 거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학점을 따내야만 하는 동기가 명확했다.

 

한 가지 더 팁을 주자면, 가급적 보상이 명확한 동기를 찾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장학금을 추천한다. 내가 좋은 성적을 받으면 그에 대한 결과물이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호기심이니, 학문에 대한 열망이니 이런 건 계속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그래서 대학원에 왔지 모얌..)

 

2. 강의 노트는 개나 줘버려라. 공부는 교재로 하는 거다.

 

절실한 동기를 찾고 나면 이제 현실을 보자. 대다수 학생들은 교수님이 주시는 강의노트를 기반으로 공부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공부는 스스로 해야 된다.

 

강의노트는 무엇인가? 책에 있는 내용을 교수님께서 수업하기 좋게 요약해놓은 자료이다. 하지만 요약해준 것만 보면 논리의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 요약해도 자기가 스스로 요약해야 한다. 그러니 강의노트는 수업을 들을 때만 쓴다. 수업이 끝난 뒤, 혼자 공부할 때는 교재를 보고 공부해야 된다.

 

당장 실라버스 (강의계획서)를 찾아보자. (당장 실라버스가 무엇인지 확인조차 안하는 학생도 수두룩 빽빽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미 절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셈이다.) 실라버스를 보면 교수님께서 친히 어떤 교재를 사용하시는지 적어놓으셨다.

주교재와 부교재를 적어두시는데 만약 적혀있지 않다면 메일을 보내자. 혼자 더 공부하고 싶은데 무슨 책을 보면 좋을지 여쭤보면 어떤 교수님께서 안 좋아하실까?

 

교재를 확인하면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책을 사면 당연히 좋다. 여유가 있다면 사자. 그런데 돈이 없다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공부해도 된다. 나는 주교재는 사서 봤지만 부교재는 도서관에서 빌렸다. 학기가 시작하면 OT 때 알려주신 책을 과목 별로 전부 다 빌렸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꿀팁이 나온다. 도서관에서 매번 책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시험기간에 반납 일정이 겹치거나 하면 그야말로 스트레스다. 책을 빌리지 않고 가지면 되지 않는가? 어떻게? 다운 받아서! 책을 빌리기 전에 반드시 구글에 책을 검색하자. 여기서 주의할 점은, 번역서는 국내 저작권으로 인해 거의 못 구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원서라도 구할 수 있는 게 어디인가.

 

 

책을 검색할 때는 반드시 책 제목 + pdf 를 붙여서 검색한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pdf자료가 쭉 뜨는데, 여기서 꿀팁 하나를 더 추가해본다. 이렇게 검색해도 제대로 된 자료를 못 찾을 확률이 높다. 그럴 때는 filetype:pdf라고 검색하자. 그러면 링크를 타고 가야 하는 사이트가 뜨는 게 아니라 아예 pdf 자료만 검색창에 뜬다. 위에서는 책을 바로 찾지 못했는데 아래에서는 대번에 찾을 수 있다.

 

 

바로 책 찾음!

 

이래도 책을 못 찾았다? 하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이건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비결인데, 바로 ebook 사이트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en.booksee.org: ebook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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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booksee.org

 

E book을 다운받을 수 있는 러시아 사이트다. 러시아에 있다보니 저작권에 유한 편이라 원서 교재는 웬만하면 여기서 구할 수 있다.

 

(*위에서 알려준 교재 다운 방법은 엄밀히 말해 합법적인 루트는 아니다. 꺼림칙하다면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자,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가며 책을 찾는 이유가 뭐냐? 혼자 공부하기 위함도 있지만 하나 더 있다. 바로 부교재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주교재까지는 찾아서 스스로 공부한다. 하지만 부교재까지는 보지 않는데, 부교재도 봐야만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주교재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부교재에서 쉽게 써놓은 경우가 있다.

 

말 그대로다. 각 교재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주교재를 봤는데 이해가 잘 안되면 부교재를 보면서 공부하자. 심지어 주교재는 원서인데 부교재는 번역서인 케이스도 있다. 이 경우에는 공부가 훨씬 수월해진다.

 

2) 교수님께서 부교재에서 문제를 출제하시는 경우가 있다.

 

이건 직접 경험한 거다. 학생들이 부교재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보니 교수님께서 부교재에 있는 문제를 고대로 내는 경우가 간혹 있다. 교수님도 사람인지라 매번마다 직접 문제를 만들어 내기 힘들어하신다. 그럴 때 당연히 책을 참고해 문제를 내는데, 많은 학생들이 보는 주교재에서도 내지만 킬러 문제는 보통 부교재에서 낸다. 아무도 부교재를 보지 않는데 나 혼자 부교재를 공부한 덕분에 그 과목 중간 기말 모두 1등을 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중간고사 때 내 점수는 96점이었고 2등이 78점이었다. 부교재에서 나온 문제를 푼 사람은 나 혼자였다. 너무 충격이었어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직 진짜 꿀팁은 나오지 않았지만 내용이 길어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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