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2년차 개발자가 된 시점에 다시 읽어야 할 글(feat. 앞으로의 다짐)

Woonys 2022. 4. 1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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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얼추 확정지었겠다, 이제 맘 편하게 지내야겠다 했는데 사실 그러기가 힘들었다. 더 좋은 곳은 없을지 한참 기웃거리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붙은 곳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오너십",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빠른 성장을 추구하고 싶어서가 그 이유였다.

온전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 기획도 관여해야 하고(이걸 원하긴 했는데), 문서 작성(심지어 글로벌 회사라 100% 영문), 거기다 함께 일하는 팀원 역시 해외 엔지니어인지라 커뮤니케이션 비용 역시 높다고 들었다. 개발 실력을 키우는데 여념해야 하는 주니어에게 이런 환경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바는 궁극적으로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것이기에 이 모든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게다가 가게 될 회사의 기업문화 중 하나가 "Radical Ownership"이다. 이는 이렇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승인이나 허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최고 수준의 자율성과 최고 수준의 책임감을 가지고 동료들과 함께 극한의 속도로 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내가 우선순위로 둔 건 차근차근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보다 극한의 자율성에 기반한 빠른 성장이었다. 당연히 전자가 훨씬 안정감있다. 대기업에 주니어로 가면 보살핌도 잘 받을 것이고, 좋은 교육수준에 사실 뭐 하나 스타트업이 이길 여력이 없다. 기술 수준 역시도 전반적으로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이 이길 수 있는 건 생존을 거는 극한의 몰입에서 나오는 성장이라 믿는다. 이는 줌인터넷에 재직 중이신 개발자 황준일님의 2021년 회고 글을 보고 더욱 확신이 들었다(물론 줌인터넷은 스타트업이라기엔 덩치가 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당당히 회고 글을 올릴 수 있도록 극한으로 밀어넣어보자. 앞으로 2년 동안은 죽었다고 생각하련다.

한창 몰입하다보면, 어느 새 또 까먹고 내가 왜 여기 와있는지 혼란스러워할 것이 뻔하다. 그때 이 글이 다시금 방향성을 잡아주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한 가지 더, 미래에 명심해야 할 것은 극한의 성장을 추구하되 외부와 동떨어져 파묻혀 지내지 말 것. 알고리즘도 풀다가 답이 안 나오면 답지를 바로 보는 게 중요한 것처럼,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잘 풀리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외부에 도움을 청하자. 당장 회사 내 시니어일수도, 혹은 회사 바깥 사람들일지라도. 구글링은 컴퓨터로만 하는 게 아니다. 얼굴에 철판 깔고 다가가는 게 주특기라는 걸 명심하자.

이게 중요한 이유는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에서 경계해야 할 "동시대의 흐름에서 낙오"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특성 상 업무 패턴은 늘 빨리빨리의 연속이 될 것이 뻔하다. 그러다 보면 외부 변화, 특히 외부의 기술적 발전을 캐치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이를 경계하고 더 좋은 기술에 언제나 열려있는 것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메타인지가 낮으면 외부 변화를 잘 캐치하고 있는지를 모르게 된다. 따라서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다면 외부의 도움 역시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 인프랩 CTO이신 향로님의 2021년 회고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발자들의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래 글은 내가 2018년도에 본 글인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할정도로 강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내용 전체가 좋기 때문에 꼭 다 읽어보길 추천한다)

윗 글에서도 나왔지만, "열심히 연습하는 자신을 놔두고 동시대가 휙 지나가버렸다는걸" 뒤늦게 깨닫게 될때의 절망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사랑스러웠던 회사와 서비스도 더이상은 사랑할 수 없게 된다.

내가 속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개발자가 아니게 될까봐 정말 많은 걱정이 되었다. 이 문제가 전문성이 필요한 개발자에게 정말로, 정말로 중요하다.

서비스는 성장하는데 구성원이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 종국엔 아무 회사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사람들만 남게되는 상황. 이런 상황이 바깥 세상과 단절하고 우리만의 힙함을 강조하는 스타트업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저 글 보는데 등골이 서늘하더라.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 동향을 끊임없이 체크해야 한다. 단순히 한국 씬을 넘어서 글로벌을 보면서 가야 한다. 성장을 게을리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것은 나는 성장이라 생각하고 미친듯이 했는데 정작 외부에서는 바퀴를 재발명한 것으로 보고 얘는 뭐지? 하며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성장은 벡터다. 크기만 중요한 게 아니라 방향 역시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체크할 것.

이제 진짜 인생 2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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