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허상이다
조교 일로 성적을 산출하는데 인공지능을 적용해보라는 교수님 말씀에 어찌어찌 공부해서 해결했다. 시작 전만 해도 쫄았다. “하, 이걸 또 어떻게 하나..” 오늘 밤까지 해결해야 했어서 더 문제였다. 다행히 간단한 수준이라 잘 마무리했다.
연구도 이런 식이다. 큰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 자잘한 문제들이 펼쳐져 있다. 문제는 어떤 문제가 도사릴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걸 풀다 보면 뜬금없이 저걸 풀어야 한다. 때로는 원래 하던 것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건드릴 때도 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20대부터 전문성을 갖춘다거나 그를 추구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연구를 본업으로 삼다 보니 박사과정에 계신 분들을 많이 본다. 박사라 하면 굉장한 지식과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라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면 전문가의 길을 걷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한 우물만 깊게 파는 그림이 전혀 아니다. 원래 파기로 한 땅이 맨홀 뚜껑 크기만큼이라면, 실상은 맨홀부터 그 주위가 삽질로 난장판이 되어있다. 연구라는 게 그렇다. 이리 시도하고 저리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이 주제도 공부해보고 저 주제도 파볼 수밖에 없다. 전문적인 영역이라 불리는 재료공학에서의 연구도 이런데 하물며 다른 분야는 어떨까.
20대에는 최대한 많이 시도해봐야 한다. 비단 연구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직무가 기획이든, 마케팅이든, 데이터 분석이든 하나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되는 대로, 닥치는 대로 없는 기회도 잡아서 해봐야 한다. 어차피 못하는 건 알아서 떨어져 나간다.
물론 하다 보면 힘에 부치고 힘들고 눈물도 난다. 근데 그게 다 자산이 된다. 스물한 살, 스타트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들어간 인턴에서 생전 처음으로 포토샵과 프리미어를 배웠다. 그때는 몰랐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쓰는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라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