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졸업한다고?
“이 회사에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뭐예요?” 팀 리드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우스갯소리로 나온 얘기였지만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팀에 합류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반면 여기서 무엇을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목표라는 건 다시 말해 그것을 성취하고 나면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언제 이 회사를 떠날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귀결됐다.
우리는 언제 퇴사를 고민할까? 흔히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거나, 망할 징조가 보인다거나, 중요한 직책을 맡지 못한다거나(승진에서 누락되거나) 할 때 떠나는 걸 고심한다. 그런데 이런 건 목표가 될 수 없다.
생각해보니 이전까지 몸담았던 대학원에서의 졸업과 회사에서의 퇴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학위를 졸업한다는 것에는 명확한 의미가 있다. 하나의 독립된 연구자로서 연구를 이끌어나갈 수 있음을 입증받는 것이다.
회사를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다. 자신의 업을 쌓는 과정에서 독립된 주체로 사업을 이끌어나갈 역량이 쌓인다면 회사를 언제든 떠나도 좋다는 말이 된다. 결국 회사에 다니는 목적, 퇴사 및 이직, 졸업의 이유 모두 커리어의 독립이어야 한다.
회사는 노동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곳인데 졸업이라는 게 웬 말이냐, 목표라는 게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만 한다. 그게 자의건 타의건. 나이가 차서 어쩔 수 없이 나가는(=제적) 사람도 있는가 하면 더 일찍 자기 것을 만들어 나가는(=조기졸업/자퇴) 사람도 있다. 혹은 아예 회사 경력 없이 처음부터 혼자 만들어 나가거나.
모두가 자신의 업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에 회사를 졸업하는 건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 됐다. 그렇다면 이 회사에 있는 동안 무엇을 쌓고 나갈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 시절에 감명 깊게 읽었던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나오는 문구 중, 졸업할 자격이 있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 있다. 이를 회사에 빗대면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저는 이제 독립된 사업가로 스스로 사업을 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어떤 문제를 주더라도 거기에 맞는 가설을 세우고, 논리적으로 사고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버는 방법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